-‘허삼관’ 하정우 “배우 겸 감독, 사생활 다 포기해야 가능해” [스타인터뷰①]에 이어
관객들은 아직은 배우로서의 하정우가 더 익숙하다. 반면 감독으로서 하정우에 대해 기대도 감출 수 없다. ‘허삼관’에 대한 입소문은 시작됐다. 관객의 호평이 눈에 띈다. 하정우는 언제부터 감독을 꿈꿨을까.
“초등학교 때 ‘모던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을 보면서 저런 배우, 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청소년기를 보내고, 연극을 전공하면서 언젠가 감독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베를린’ 출연 후 사회생활 처음으로 5개월이란 휴식이 주어졌어요. 그때 매너리즘에 빠진 제 연기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던 시기이기도 해요.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고민하다가 감독의 의도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영화라는 작업과 배우 본질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이 생겼고, 그 안에 직접 들어가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허삼관’은 하정우 감독의 연출작이지만 ‘먹방’ ‘미친 연기력’ ‘믿고 보는 배우’ 등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있는 베테랑 배우 하정우의 신작이기도 하다.
“극 중 허삼관은 하정우의 색을 가지고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에요. 어떻게 보면 ‘멋진 하루’ 병운의 느낌이 있고, ‘비스티 보이즈’ 재현의 모습도 있어요. 설렁설렁하며 이야기를 안 하는 듯 할 말 다하는 모습들이 재밌었어요. 사람 냄새 난다고 하죠. 그런 캐릭터를 제 방식대로 연기했어요.”
‘허삼관’ 속 하정우의 존재감은 여느 작품처럼 상당하다. 여기에는 ‘절세 미녀’ 하지원의 역할도 중요했다.
“하지원씨의 존재감이 가장 커요. 허옥란은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죠. 옥란은 소설에서 더 가볍고 수다쟁이로 묘사돼 있는데 이걸 영화적으로 바꾸면서 캐릭터에 한국과 충청도의 옷을 입혔어요. 허옥란이 안방마님처럼 영화의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하지원씨가 맡아서 그 존재만으로 중심을 잡아줬어요. 도시적이면서 도시적이지 않은 건강한 이미지가 조화를 이뤘어요.”
하정우와 하지원은 ‘허삼관’에서 부부 호흡을 맞췄다. 하정우는 처음으로 아빠 역을 맡았다. ‘허삼관’ 속 부성애 코드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아버지(김용건)도 배우이기 때문에 일을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아버지 생각은 늘 해요. 이번 작품은 아버지이자 가장이기 전에 한 남자인 허삼관에 더 집중했어요. 부모와 자식 간이 아니라 남자 대 남자, 친구 대 친구로 아들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런 점이 드러나요. 사실 전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성애를 몰라요. 하지만 제가 부모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볼 때 그 형태는 똑같을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려 노력했어요.”
하정우는 익숙했던 언론시사회 자리가 요즘 낯설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문화가 익숙해지면 자신의 뒤를 이어 많은 배우들이 감독에 도전할 것 같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오는 31일 ‘암살’이 크랭크업하고 5월부터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 촬영 계획이 예정돼 있다. 한동안 대중이 사랑하는 배우 하정우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약속했던 작품들을 소화하다보면 3년 정도 촬영해야 해요. ‘허삼관’을 찍기 전 제 자신에게 물어봤듯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때 또 연출을 할 거예요. 그때까지 배우로서 집중하고 경험을 쌓고 싶어요. 달라진 것이 있다면 최근 몇 년 간 상업영화와 블록버스터에 치중해 배우로서 매너리즘을 느꼈기 때문에 과감하게 예술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모든 것은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