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최근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유로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1년 전보다 35% 급락했다”며 “1차로 러시아에서 판매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되면 수출을 중단하는 고강도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러시아로 수출되는 물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대신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지 전략 차종 ‘리오(국내명 프라이드)’의 판매에만 집중한다는 것. 기아차는 지난해 1~11월 러시아 시장에서 17만6000대를 판매했다. 이 중 절반은 현지에서 생산되는 리오가 차지하고 있다.
기아차 이외에 러시아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아우디, GM, 재규어 랜드로버 등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수출을 중단했다. 기아차도 상반기 중 적자폭을 키우는 수출을 중단할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했다. 이 회사의 인도 시장 가격 인상 이유도 루피화 약세 탓이다. 이외에 인도 정부가 한시적으로 시행한 소비세 인하(2~6%) 정책이 지난해 말 종료된 것도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올해부터 전 차종 가격을 약 26만~220만원(1만5000~12만7000루피) 높였다. 차종별 인상폭은 △‘에온’ 26만원 △‘i10’ 37만원 △‘그랜드 i10’ 39만원 △‘엑센트’ 44만원 △‘신형 i20’ 51만원 △‘쏘나타’ 78만원 △‘싼타페’ 220만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올해 실적은 회사의 영업이익을 줄이는 신흥시장의 환율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조1226억원으로 전년보다 11.9% 줄었다. 회사별로는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7조5500억원으로 전년보다 9.2% 하락했다. 기아차는 두 자릿수인 19.0% 급감하며 2조572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기아차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큰 것은 국내 생산 비중이 더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