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주장에 따르면 임기 만료로 교체가 예상되는 시장감시위원장 자리에 관료출신 낙하산 인사가 내정됐다는 게 시위의 1차적인 이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제외됐음에도 여전히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데 대한 일부 직원의 반발이 깔려 있다고 노조는 말한다.
반면 정부는 다른 시각이다. 거래소가 더 이상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여전히 시장 독점사업자인 데다 방만경영의 우려가 있는 만큼 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노조 “민영기업 경영에 정부가 간섭해선 안돼”=정부는 지난달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거래소를 공공기관에서 제외했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도록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지난해 12월 이같은 내용을 반영해 거래소 정관을 개정했다.
정관 내용을 보면 거래소는 여전히 많은 제약을 받는다. 방만경영을 발생하지 않도록 홈페이지에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를 해야 하고 예산을 편성할 때도 금융위가 정하는 지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해방됐지만 금융위로부터 유사한 경영평가를 받아야 한다.
거래소 노조 측은 정부의 이 같은 간섭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홍렬 노조위원장은 “헌법 제 126조에 민간기업을 정부가 관리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전쟁이나 긴박한 이유가 있으면 몰라도 자율적으로 이뤄진 시장에 간섭하는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방만경영 방지’라는 명분에 대해서도 반발한다. 유 위원장은 “민영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임금과 복지를 두고 방만경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그렇게 따지면 삼성전자도 방만이고 100억 버는 사람이 외제차 타는 것도 방만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정부 “민간은행이 금융당국 감독 받지 않나”=이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거래소의 공공지관 지정해제 자체가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전제로 결정됐다는 것.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해제 여부를 검토했던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급 인사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일종의 ‘신사협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의 통제는 방만경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라며 “전제가 없었다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여전히 자본시장법에 따라 당국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설립과 운영을 금융위에서 허가받도록 돼 있다. 허가기관은 관리권한을 가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투자 안정성을 위해 거래소를 감독하는 것은 예금자 보호를 위해 민간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발단이 됐던 ‘낙하산 인사 내정’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행정인사과 관계자는 “전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얘기가 나온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자리는 1급 공무원 출신에게 매력적인 곳도 아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 노조는 시위가 끝나더라도 행정적인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노조는 앞서 지난해 3월, 거래소의 공공기관 유지결정을 했던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등 기획재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고소ㆍ고발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