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기존 구제금융을 종료하고 가교협약 등 새 프로그램을 추진하려는 그리스 정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는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기존 구제금융과 그에 따른 긴축이 모든 논의의 기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는 “다만 그리스가 11일 열리는 긴급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내놓을 제안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언급하며 “구제금융이 없다면 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다”며 “아마도 그(치프라스 총리)가 더 잘 알 것”이라고 비꼬았다.
메르켈 총리와 쇼이블레 장관의 발언은 독일이 그리스의 제안을 퇴짜놓을 것이라는 점을 가리킨다고 FT는 풀이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전날 자국 의회 연설에서 이달 말 끝나는 구제금융을 연장하지 않고 단기 정부 재원을 마련하고자 유럽연합(EU) 측과 가교협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쇼이블레 장관은 지난주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과 회동했음에도 그리스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감을 못 잡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그리스가 가교협약을 원한다면 먼저 구제금융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관점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어느 누구한테도 구제금융을 강요하지 않았다”며 “나는 어떤 종류의 도움도 제공할 준비가 됐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면 됐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스와 독일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금융시장도 흔들렸다. 이날 그리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3년물 그리스 국채 금리도 21%선을 넘었다고 FT는 전했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부도 가능성을 가리키는 지표로 쓰인다. 그리스 아테네증시도 6% 이상의 급락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