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래미콘 공장 부지를 보유한 현대차그룹과 계열 건설업체인 엠코(대표 김창희)가 당초 계획대로 110층 짜리 상업용 건물을 지을 경우 땅값이 두 배로 뛰게 돼 잠재 개발이익 2000여 억원을 챙길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뚝섬 부지는 현재 S사가 래미콘 부지로 사용하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683번지 일대 9492평이다.
이 땅은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오래 전부터 소유해 온 땅으로 당초 현대차그룹은 약 1만2000여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가 서울시가 서울숲을 조성하자 일부는 수용되고, 일부는 보상을 받아 현재까지 보유하게 됐다.
이 토지는 입지상 성수대교와 강변북로, 두무개길이 만나는 교통상 요지인데다 특히 서울 숲과 바로 인접해 있어 건물을 지을 경우 높은 공원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엠코는 지난 10월 뚝섬 부지에 지상 110층, 지하 7층 규모의 자동차 테마파크빌딩 ‘서울 포리스트 워터프론트 타워(Seoul Forest Waterfront Tower·가칭)’를 짓는다며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당시 엠코는 해당 관할 지자체인 성동구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현대차그룹은 이 빌딩 지하 3층부터 지상 2층을 자동차 테마파크로 조성해 자동차박물관과 미래형 자동차 체험관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또 대규모 국제회의를 열 수 있는 컨벤션센터(지상 3~5층)와 전자·정보기술(IT) 분야의 연구·개발센터(6~25층), 그리고 대형 호텔과 사무실(26~110층)도 지을 예정이며 현재 양재동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본사도 이 건물로 옮겨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땅의 용도가 제1종 주거지역이라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1종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서울시 도시계획 45년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관할 자치구인 '성동구와의 협의'를 강조하면서 이번 개발에 따라 약 2조원의 개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개발이익으로 추산되는 274억원을 사회환원하겠다는 양동작전을 펼치며 서울시의 용도지역 변경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엠코가 계획대로 초고층 빌딩을 개발할시 잠재 개발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특히 만약 현대차그룹과 엠코가 현재 제1종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이 부지를 초고층 상업 빌딩 건축이 가능한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할 경우 땅의 시세 차익만도 두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뚝섬 용지는 오랫동안 보유했던 부동산인 만큼 매매 사실이 없어 정확한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인근 1종 주거지 토지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를 감안할 때 평당 2000만~2500만원 선이 될 것이란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서울시가 지난해 대림산업과 P&D홀딩스 등에 판매한 뚝섬 상업용지의 경우 평당 4000만~4500만원에 가격이 책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엠코는 용도 변경시 무려 두 배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두게 되는 셈. 이 경우 평당 차익 2000만~2500만원에 10000만평을 감안하면 엠코는 무려 2000여 억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챙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과 엠코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274억원은 큰 액수는 아닌셈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이미 오래 전부터 뚝섬 래미콘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해 호텔 등 초대형 빌딩을 짓겠다는 구상을 해온 것으로 안다"며 "엠코가 추진하는 용도지역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엠코는 앉은 자리에서 2000억원을 벌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이 경우 서울시가 지난해 판매한 뚝섬 상업구역을 평당 4000만~4500만원 가량 비싼 가격에 산 업체들의 불만도 표면화될 전망이다.
특히 뚝섬상업용지 4구역을 매입한 부동산 개발업체 P&D는 매입 1년이 지나도록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매입계약이 취소될 상황에 놓인 상태다. 그리고 이들이 지을 예정인 빌딩도 소수의 주상복합을 제외하곤 당장 '돈벌이'가 되지 않는 업무용 빌딩이나 호텔이라는 점이란 것을 감안하면 엠코는 '무임승차'를 하게 되는 셈이다.
뚝섬 상업용지를 매입한 한 업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엠코가 '지역 개발 효과 2조원'을 운운하며 마치 자사의 상업용 빌딩 건립이 사회 공헌 활동이나 되는 양 포장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뚝섬 용지는 말그대로 '비사업용 유휴토지'에 불과하다"며 "엠코가 용도변경에 성공하면 비싼 값에 정당한 땅을 산 나머지 업체들은 하루아침에 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