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돋보기]기업은행이 KT&G 지분을 전량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자산건전성 향상과 함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중인 KT&G 주식 951만485주를 7608억3880만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자기자본대비 5.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처분 후 기업은행의 KT&G 지분은 0%가 된다.
기업은행 측은 "처분금액은 26일 종가 기준이며 실제 처분금액은 매각 시 결정할 예정"이라며 "매각시기, 매각방법, 매각가격 등은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이 매각하는 KT&G 주식은 지난 1998년 정부로부터 중소기업 지원의 일환으로 현물 출자받은 것이다.
이번 KT&G 주식 매각은 기업은행의 자산 건전성 향상과 동시에 금융당국의 중소기업 지원 요구가 큰 상황에서 추가 대출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도 가능 유가증권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3배로 적용돼 일반적인 대출자산에 비해 위험도를 높게 평가 받는다. 주식을 매각하면 위험자산을 줄이고 현금은 늘릴 수 있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다. BIS 비율이 높아지면 중기 대출 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된다.
기업은행이 KT&G 주식을 매각하면 이 종목의 주가가 지난 26일 종가 기준 8만원으로 장부가액(2만3000원)의 3배가 넘는다는 점에서 수천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27%로 당시 국내 은행 평균인 14.26%을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지난 2013년 10월 신세계 지분을 블록세일 방식으로 처분하며 자본금을 확충하며 BIS비율 높이기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8000억원의 사모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를 발행하고 이날 4000억원의 코코본드 발행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정부를 대상으로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BIS 비율 상승을 통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기업은행은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 및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등에 의거 정부출자를 통한 당행 BIS비율의 선제적 제고로 ‘설비투자펀드’의 원활한 운용을 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G는 정부에서 현물출자한 부분”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추가 대출재원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업은행의 지분 매도로 인해 KT&G의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KT&G의 최대주주였던 기업은행이 빠져나가면서 기존 2대 주주였던 미국 국적의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LLC)가 최대주주로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는 KT&G 지분 5.49%를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5.48%의 지분으로 기존 3대주주에서 2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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