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에서 특별한 1위 제품을 언급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꾸준히 사업 다각화에 나선 만큼 과거 불황에도 굳건한 모습을 보였고, 앞으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올해도 전년 대비 약 30%의 매출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세정장비 사업 등을 영위하는 중견기업 제우스의 젊은 사장, 이종우 대표의 똑 부러진 경영철학이자 각오다. 1971년생인 이 대표는 제우스의 창업주 이동악 회장의 장남으로, 2011년 대표로 취임한 이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인 이 대표는 카이스트(KAIST)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2005년부터 제우스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오산 제우스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분주했다. 랩톱(laptop) 앞에서 무언가 몰두하던 이 대표의 사무실은 각종 장비와 실험 도구 등으로 부산했다. 조용하고 엄숙한 타기업 사장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사장실이 조금 너저분한 편”이라며 “직원들과 시도 때도 없이 회의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우스를 ‘종합 엔지니어 기업’으로 표현한다. 그는 “아버지이자 제우스의 창업주인 이동악 회장은 작은 무역회사로 출발해 반도체 세정장비까지 사업을 확대했다”며 “설계까지 아우르는 범위를 제우스의 사업 목표로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우스는 1970년 이동악 회장이 설립한 제우스콤상사가 전신으로, 1988년 현재의 제우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1990년대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반도체 사업 진출이 이어지자 제우스 역시 사세가 커졌다. 현재는 △반도체 세정장비 △초박막 액정표시장비(TFT-LCD) △태양전지 제조장비 △플러그 밸브장비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오너 2세인 이 대표의 경영철학은 기준과 철칙이 확고하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2세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업을 이끄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인 기술력을 우선순위로 두고, 취임하자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개발 분야는 이 대표가 취임하기 전과 후로 구분된다고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 대표는 “개발비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최근 2~3년간 신청 등록한 특허 건수가 과거 누적 건수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108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등록 건수도 97건에 달한다”며 “연구인력도 81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2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개발비도 전사비용으로 처리, 사업부 비용에 반영하지 않게끔 해 연구인력들의 도전의식을 높인 것도 이 대표의 발상이다.
그는 “연구개발 인력들에게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해보라고 얘기한다”며 “연구개발에 돈 쓰는 것을 아끼지 말자는 주의여서 연구개발 비용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을 얘기했다”며 “기술 트렌드는 연구소에서 읽어낼 수 있으니, 외부 연구개발 능력을 융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노력에 제우스의 반도체 세정장비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존재감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 2009년 인수한 일본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J.E.T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차세대 장비(HTS)와 LED 리프트 오프(Lift-off) 등 관련 장비군을 다각화하고 있다. 일본 J.E.T 인수는 제우스로선 ‘신의 한 수’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 대표는 “J.E.T는 과거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던 기업이었지만, 불황을 이기지 못해 매물로 나왔다”면서 “한국 대리점 사업 등을 통해 J.E.T와 십 수년 형성해 온 신뢰관계가 바탕이 돼 비교적 수월하게 인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엔 PR-STRIP 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용 매엽 고온황산장비(HTS) 양산에 성공했다. 이 장비는 IR 히터(Heater)를 사용해 웨이퍼 온도를 200도 이상 순간 가열하는 방식을 적용, 화학품 소모량을 30% 이하로 줄이고, 공정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우스는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대표 수출기업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에 선정된 것도 이 같은 수출 기여도가 한몫했다. 제우스는 현재 수출 대부분을 중국, 대만 등 중화권 국가와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중국 이후의 주력 수출지역으로 미국과 인도를 꼽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는 중화권 국가로 수출 지역이 과도하게 쏠려 있어 앞으로 미국, 인도 등으로 시선을 돌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국제 반도체박람회 ‘세미콘 웨스트’에 참여하고 있고, 미국 대리점들도 구축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고객은 물론, 사업 분야가 다각화된 점도 제우스의 특징이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지만, 이 대표는 제우스로서 ‘다각화의 힘’의 효과를 크게 봤다고 언급했다.
그는 “고객 및 사업다각화는 어디든 주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선 단점이지만, 리스크가 적다”며 “사업 측면에서도 다각화를 통해 변동이 심한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우스는 2009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적자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이 대표에 따르면 2012년 반도체 업계에 ‘퍼펙트 스톰(Perpect storm·총체적 난국)’이 왔지만 제우스는 타 사업 분야를 통해 위기를 최소화했다.
탄탄한 기술력과 수출 경쟁력으로 이 대표의 목표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 목표나 전략 수립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추세에 맞게끔 전략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경영회의에서 사업 실적평가를 하는데 매출 목표 등은 언급하지 말자고 했다”면서 “장기적 전략과 목표가 곧 결과는 아닌 만큼, 매순간 전략을 수정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다면, 향후 외부환경 변화가 있을 때 바로 변화하기 힘들다”며 “다만, 지금의 희망사항은 반도체 세정장비 시장에서 5년 내에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제우스의 올해 단기적인 목표는 전년 대비 약 30%의 매출 신장이다. 중기 비전은 5년 후 5000억원 매출 달성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제우스의 누적 매출은 1637억639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최근 엔저로 일본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다소 이익률이 줄었다”면서도 “다만 일본 업체들은 과거 설비나 기술투자가 없었던 만큼, 기술력 측면에선 우리가 앞서고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의 원천은 앞으로 제우스가 선보일 새로운 기술 제품에 있다. 이 대표는 “올해 파워칩 등 새로운 디바이스를 만드는 웨이퍼용 장비를 기획하고 있다”면서 “태양전지 제조장비 분야에서도 차세대 공정장비를 개발 중에 있어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