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넛크래커(Nut Cracker)에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점점 식어가고 있다. 넛크래커는 호두를 양쪽에서 눌러 까는 도구. 신 넛크래커는 기술력있는 중국 제조업의 추격과 엔저에 힘입은 일본 기업의 재부상으로, 한국 기업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환경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그간 한국 ICT(정보통신기술)는 높은 성장률로 위기를 극복하고 수출 주력산업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했으나 최근 신 넛크래커 상황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생산성 저하, 투자 감소 등으로 본격 저성장 구조에 진입한 시점이라 신 넛크래커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독주 사이에서 한국의 ICT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위대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출범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도 ICT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K-ICT 전략’을 수립하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K-ICT 전략’의 핵심 내용인 9대 전략산업과 첫 번째 후속조치인 ‘K-글로벌(Global) 프로젝트’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알아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경제의 ICT산업 청사진이 담긴 ‘K-ICT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K-ICT 전략’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개혁 과제인 창조경제 핵심성과 창출을 앞당기고, ICT가 국가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향에서 설정됐다.
이번 전략은 ‘ICT가 선도하는 창조 한국 실현’을 비전으로, 향후 5년간 총 9조원을 투입해 ICT산업 성장률 8%, 2020년 ICT 생산 240조원, 수출 21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부는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SW) 신산업 분야 9대 전략산업 육성을 중점 추진한다. 같은 맥락에서 K-ICT 전략의 첫번째 후속조치로 ‘K-글로벌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9대 전략산업의 뒤를 이을 미래 먹거리 창출이 목적이다.
◇ICT 신성장 엔진 ‘9대 전략산업’ 불 지핀다 = 미래부가 K-ICT 전략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9대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9대 전략산업은 △소프트웨어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정보보안 △5G(세대) △UHD △스마트 디바이스 △디지털콘텐츠 △빅데이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8대 소프트웨어 기초분야별 연구 거점을 구축하고, VC(벤처캐피털)가 투자한 창업성장 기업에 R&D(연구개발)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GCS사업의 자유공모형 전환, 중소·벤처 M&A 편드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세계시장 진출을 밀착 지원하기로 했다.
IoT 산업은 지자체와 협력한 대규모 실증단지 조성, 7개 전략업종별 대규모 실증사업 등을 기반으로 산업 초기 수요 시장을 창출하는 게 핵심이다. ‘IoT 글로벌 민·관 협의체’를 중심축으로 국내 IoT 스타트업·벤처 등을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 산업은 공공·민간의 클라우드 이용을 확대하고, 클라우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원스톱 규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보보안 산업은 정보보호 서비스 제값받기, 사이버 안전 대진단 등으로 신시장을 창출하고, 10대 보안기술 등 글로벌 보안기술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확보하기로 했다.
차기 통신시장인 5G 산업은 2020년까지 6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첫 상용화를 목표로 잡고 있다. 또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시연하고,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중·EU 등 주요국과 표준화 공조를 추진하기로 했다.
UHD 산업은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를 도입하고, 2017년까지 유료방송 가입자의 15%까지 시청 가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송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의 50%까지 UHD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기로 했다.
스마트 디바이스 산업은 10대 디바이스·10대 핵심부품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거점과 협력해 2019년까지 1000개 제품화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 판교 창조 ICT 디바이스랩을 대구로 확대하고, 해외 통신사업자의 국내 인증랩을 설치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경우 ‘창조 ICT 콘텐츠 비즈센터’를 설립해 콘텐츠 산업 지원 기능을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9대 전략산업의 마지막 산업인 빅데이터는 제조, 건강, 기상, 스포츠, 재난, 유통, 금융 등 유망업종에서 빅데이터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년간 350억원을 투입해 빅데이터 3대 강국에 오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ICT 성장의 씨를 뿌린다 = 지난달 25일 미래부가 발표한 ‘K-ICT 전략’의 첫번째 후속조치가 나왔다. 오는 2017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벤처기업 1000개 육성을 목표로 잡은 ‘K-글로벌(Global) 프로젝트’다. K-글로벌 프로젝트는 ICT 분야 창업·벤처 정책을 통합·연계하는 정책이다.
미래부는 “K-ICT 전략의 첫번째 후속조치인 K-글로벌 프로젝트는 창조경제와 ICT 성장의 씨앗인 벤처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며 “여기에 한국경제가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의도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K-글로벌의 통합 브랜드 아래 개별·분산된 사업들을 통합 공고·관리해 정책의 인지도와 성과를 제고하고, 사업간 연계를 통해 ‘창업-성장-해외진출-재도전‘의 전(全) 주기별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우수 기업 등을 포함한 K-글로벌 스타트업 풀(Pool)을 구성해 세계 시장을 지향하는 유망 기업의 성장을 단계별로 지원할 예정이다.
현행 기술성 평가 중심의 ICT 유망 중소기업 R&D 평가체계도 민간·시장 중심으로 개편하고, 엔젤·벤처캐피털 등 민간투자자로부터 일정 이상 투자를 받은 경우 평가 등을 면제하는 패스트 트랙을 신설해 현행 3개월에서 3주로 단축하기로 했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ICT 벤처 지원의 종합 허브로 육성하기로 했다. 글로벌 진출 잠재력이 높은 유망기업 100개에 입주공간을 제공하고, 컨설팅·멘토링 지원기관, 벤처캐피털 등 각 분야의 전문기관을 입주시켜 협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 올해 중에 개소 예정인 구글캠퍼스·SAP앱하우스 등 해외 ICT 선도기업의 인지도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로 했다.
ICT 분야 전문 펀드인 코리아 IT 펀드(Korea IT Fund·3800억원)의 만료시기를 연장토록 해 벤처투자 자금 여력을 확충하고, 유망 ICT 스타트업·벤처기업에 대한 연계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아이디어 대박, 기술 대박으로 ICT 분야 벤처기업들의 도전정신이 결실을 맺도록 ‘K-글로벌 프로젝트’를 내실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지난달 25일 발표한 ‘K-ICT전략’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