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난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예비치가 예상외 호조를 보이면서 일본은행(BOJ)이 당장 추가 완화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일본 내각부는 20일 1분기 실질 GDP 예비치가 전기 대비 연율 2.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치인 1.5% 증가를 크게 넘어선 수치이자 2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다. 실질 개인소비는 전기 대비 0.4% 증가했고, 실질 민간 설비투자는 0.4% 늘었다. 명목 GDP는 7.7% 증가해 2011년 3분기(7~9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내수가 플러스(+)0.8%, 상품과 서비스의 순수출은 마이너스(-)0.2%, 민간 재고는 +0.5%였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 재생 담당상은 1분기 GDP 예비치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지난해 4월 소비세율 인상의 영향이 사라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며 “개인소비와 설비투자, 주택투자 등 민간 수요 부문이 증가한 데다 해외 경제의 완만한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GDP를 예상 외로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는 재고 증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에 대한 민간 재고 기여도는 +0.5%로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0.2%를 웃돌았다. 이는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제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민간 재고가 일본 경기 회복에 미약하나마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BOJ의 경기 판단에도 어려움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가 올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지만 경제 전체의 전망을 상향할 수 있을 정도인지는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BOJ는 소비가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1분기는 작년 4분기와 같은 0.4% 증가에 그쳤다. 고용주 보수 증가율은 명목으로 0.0%로 작년 4분기의 0.2%에서 오히려 낮아졌다.
BOJ는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2.0%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외수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1분기 순수출의 기여도는 -0.2%로 작년 4분기의 +0.3%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분기 GDP 예비치가 예상을 상회한 것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바클레이스증권의 모리타 교헤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반드시 경기가 실제로 회복됐다는 내용은 아니었다”며 “GDP가 예상을 웃돈 가장 큰 요인은 재고의 기여도가 연평균 +2%로 나타난 것 때문이다. 재고가 최종 수요와 일치하지 않은 생산임을 감안하면 반드시 회복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전기 대비 연율 2.4% 증가했지만 그다지 만족스러운 내용이 아니었다”면서도 “2분기에는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인플레이션 억제로 연결되는 유가 하락과 실질 임금 상승 등이 성장 회복을 도울 것으로 기대했다. 더불어 미국 경제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기업과 가계의 지출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쨌든 일본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호조를 보임에 따라 BOJ가 앞으로 수 개월에 걸쳐 추가 완화를 미룰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