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메가뱅크인 미쓰이스미토모(SMBC)은행의 일본인 간부가 서울지점 여직원과 회식을 마친 후 탑승한 택시 안에서 성희롱한 혐의로 징계해고를 당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은 한국 진출 35년 만에 최초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성희롱 혐의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외국계 손보사 1위인 AIG손보 역시 영국인 사장이 한국인 여직원들을 상습 성희롱했다는 혐의로 인권위원회가 진정서를 접수하고 사태 파악과 조사에 나선 상태다.
이들 사건을 통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모럴 해저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들보다 뛰어난 스펙과 외모, 그리고 유학파 출신들이 선망의 순위로 꼽는 외국계 금융기관 외국인 고위직들이 한국 여성 근로자에 대해 지닌 도덕적 관념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누가 내 무릎 위에 앉아서 서울까지 갈래?”,“너의 다리를 보고 알아봤다”라는 발언을 여직원들 앞에서 스스럼 없이 내뱉는 기업 문화 속에서 과연 한국인들의 노후 보장과 은퇴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을지 염려부터 앞선다.
사건을 직접적으로 겪은 피해자들은 외국인 가해자들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 최소한의 상식을 벗어난 믿기 어려운 행동을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특히 여성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관념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고 금융기관에 입사했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온 그들의 인격적 자존심이 뭉개지는 순간이었다고도 토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외국 금융기업 고위직들의 도덕 불감증에 대해 현재로선 마땅히 제재를 가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외국인 고위직과 조직문화 전체의 인식 전환이 수반되지 않고는 자칫 제2, 제3의 피해자들이 계속 생길 수 있다는 절망적인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개인의 잘못이라고만 꼬리를 자르기 보단, 조직 전체적으로 나서 진정 용서를 빌고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 대책에 나서야 하는 시점인데도 말이다.
외국계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딸을 둔 금융기관 고위 임원은 이번 사태를 접하고 “지금보다 좀 덜 벌더라도 국내 금융기관으로 이직을 시켜야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횡령 등 검찰 인계 사건을 제외하고는 성희롱 사건은 개인적 이슈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어찌 보면 여성 금융인들의 고용 안정과 국내 금융투자자들의 노후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일임에도 다들 나 몰라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금융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더 나은 투자자들의 노후와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하도록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외국계 금융기관 최고위층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 에서도 샌다’는 격언이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격적 배려가 없는 금융기관에 고객의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