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그룹이 보유 중인 일동제약 주식 전량을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에게 넘기면서 지난해 초부터 불거졌던 녹십자 측의 일동제약에 대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 가능성도 소멸했다.
녹십자 측은 이번 지분 처분을 통해 14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 자산 효율화를 통해 글로벌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일동제약은 경영권 분쟁 위협에서 벗어나게 됨과 동시에 윤원영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경영권을 강화하게 됐다.
29일 녹십자그룹에 따르면 녹십자(689만175주·지분율 27.49%)와 녹십자홀딩스(21만9598주·0.88%) 및 녹십자셀(25만주·0.99%)은 이날 보유 중인 일동제약 주식 735만9773주(29.36%) 전량을 윤 회장에게 매도하기로 했다. 주당 처분단가는 1만9000원으로 28일 종가인 2만5750원보다 26% 할인된 가격이다.
처분예정일자는 오는 7월29일이다. 녹십자는 이번 지분 처분으로 1309억1333만원을, 녹십자홀딩스는 41억7236만원을, 녹십자셀은 47억5000만원을 현금화하게 된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와 일동제약이 서로의 전략을 존중해 상호 ‘윈윈(Win-Win)’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자산 효율화를 통해 당사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확보한 자금은 현재 북미·중국 등지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사업 가속화를 위해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분 전량 매각을 통한 처분이익은 65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녹십자 측은 지난해초 일동제약이 추진했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무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분 확대와 함께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올해 초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 이사진 3명 중 감사와 사외이사 등 2명을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로 선임하겠다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적대적 M&A 불씨가 재점화됐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와 감사가 선임되면서 1년 만에 다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은 일동제약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일동제약은 그간 경영권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녹십자 측의 보유 지분 전량을 윤 회장이 사들이기로 함에 따라 자신의 지분율을 끌어올리게 됨으로써 경영권이 강화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현재 일동제약 최대주주는 윤 회장의 개인 회사격인 씨엠제이씨로 회사 지분 8.34%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윤 회장으로 지분 100.0%를 갖고 있다.
또 윤 회장은 현재 일동제약 지분 6.42%를 보유 중인데, 이번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지분율이 35.77%까지 오르면서 일동제약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다만 남은 2개월동안 윤 회장이 1400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일동제약 관계자는 “현재로선 윤 회장이 녹십자 측의 보유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마련 방법과 관련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내용이 정해지고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적절한 시점에 이와 관련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 강화 이후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금융당국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지주사 전환 부결 이후 일정 기간동안은 이를 추진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선은 이번 지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 후, 다음 단계로 회사 차원에서 지주사 전환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