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과대학의 보건대학 교수로 있는 인도계 미국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는 대단히 흡입력이 뛰어나고 감동적인 책이다. 그동안 여러 권의 대중서를 통해 필력을 날려왔던 저자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개인적 체험을 통해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간접 체험을 제공한다.
젊은 날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모두는 언젠가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그런 순간에 대해 완벽한 해답이 될 수 없지만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문제들을 저자는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 모두 9개의 토픽은 이 책의 성격을 짐작하게 해 준다.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린다.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놀랍게도 죽음을 일종의 의학적 경험으로 만드는 실험이 시작된 것은 10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그 실험은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환자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인가를 되묻는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현대인이 경험하는 죽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이 들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존재라는 게 어떤 건지, 의학이 이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또 변화시키지 못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유한성에 대처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현실을 어떻게 왜곡시켰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저자는 우리들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현대의학이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고 다루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집필에 들어섰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생사관 혹은 죽음관을 반듯하게 정립해 둬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다가서게 될 때 사람들은 어떤 공통점을 보이는 것일까. 저자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저자가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이가 들어가고 병을 앓는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삶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지혜와 용기다. 그런데 용기를 모두가 가질 수는 없다. 용기를 가진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유한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은 과도한 비용과 고통을 요하는 연명치료의 가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젊은 날부터 우리 모두는 경제적 독립과 신체적 독립을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질병이나 노환이 덮치면서 독립이 불가능해지는데, 이는 해가 지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지향해 온 삶의 목표가 가능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책에는 선택의 기로에서 사람들의 고유한 행보가 생생하게 정리되어 있다. 독자들의 나이에 따라서 먼 미래의 일일 수도 있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시절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