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잇따라 깨지는 메르스 공식… 한국형 특성 찾아야

입력 2015-06-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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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력 세지고 최대잠복기 14일 초과 … 30∼40대 감염자 속출 건강한 사람도 치명적

‘한 사람이 최대 0.6~0.8명을 감염시켜, 치사율이 40%, 최대 잠복기는 14일, 젊은 사람이나 어린아이는 잘 걸리지 않아…’

현재까지 보건당국이 국민에게 밝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통설이다. 하지만 이런 통설은 더이상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한사람이 수십명을 감염시키는가 하면, 치사율을 낮아지고 전염율은 높아졌다. 잠복기 역시 20일까지 늘어나는 상황도 생겨나고 기저질환이 없는 40대 확진자가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다시 말해 메르스의 관한 일반적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를 '코르스'라고 부르는 상활까지 왔다.

◇잠복기 넘김 환자 계속 나와…14일 기준 괜찮나=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최장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을 훌쩍 넘겨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들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추가로 확인된 메르스 확진자 8명 가운데 세부 역학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1명과 지난 5일 강동경희대병원에서 감염된 1명을 제외한 6명은 모두 지난달 29일 이전에 감염됐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후 18일에서 20일이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그런 가운데 6명 가운데 4명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환자들이다.

155번 환자(42·여)는 지난달 26∼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같은 기간 응급실에 있던 14번 환자에게 노출됐다. 156번(66), 157번(60) 환자는 모두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158번 환자(50)도 같은 날 가족 진료를 위해 응급실을 방문했다.

만일 27일에 감염됐다면 무려 20일이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아직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인 162번 환자(33)도 만약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이라면 잠복기를 넘겨 발견된 것이 된다.

또다른 신규 확진자인 159번 환자(49)는 지난달 27∼29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15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 감염됐고 161번 환자(79·여)는 지난달 27일 평택굿모닝병원에세 17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머물렀다. 이들 모두 잠복기인 14일을 상당기간 넘기고 나서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잠복기를 넘긴 환자는 지난 16일과 15일에도 이어져 발생했다. 16일 발표된 확진자 4명 가운데 3명은 지난달 27∼28일 각각 가족 병간호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방문했다 감염됐다.

154번 환자(52)는 27∼28일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후 16일 만인 지난 13일부터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146번 환자(55)도 삼성서울병원에 지난달 27일 다녀간 후 16일 만에 증상을 나타내 감염 경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40대 확진자 첫 사망…건강한 사람도 위험=메르스는 주로 고령이면서 기존에 병을 앓고 있는, 즉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치명적이라고 알려져왔다. 하지만 이 공식또한 깨졌다.

확산 초기 확진자 다수가 50대 이상 고령층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 30~40대 확진자 발생이 늘고 있는 것. 16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확진자 154명 중 50세 미만은 37%에 달한다.

고등학생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감염이 확인됐고, 경기 성남에 사는 7세 어린이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으나 음성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의 사망사례가 나오고 있다. 51번째 환자(72)와 81번째 환자(62)는 기저질환이 없었는데도 메르스에 걸려 사망했다. 또한 16일 사망한 38번 환자(49)는 알코올성 간경화 등 기저질환이 있었으며 최초의 40대 사망자다.

◇14번 확진자 감염자만 80명 달해…4차 감염자도 6명 발생=메르스는 전염력이 약하고 치사율리 높은 바이러스로 알려졌다. 공기 중 감염이 아닌 침이나 분비물로 옮기는 비말 감염이기에 직접접촉이나 병원 내 감염 등 제한적 전파로 인해 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메르스 감염자 1명은 최대 0.6~0.8명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통설 역시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최초 감염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37명을 감염시켰고,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35)로부터 감염된 환자는 지금까지 80명에 달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으로 일하던 중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137번 환자와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후 격리되기 전까지 진료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138번 환자, 대전 대청병원에서 파견근무 중 메르스에 감염된 143번 환자는 잠재적 슈퍼전파자로 이역시 보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르스는 환자와 2m 이내, 한 시간 이상 접촉할 경우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국에서 적용되지 않았다. 35번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는 '2m 이내' 밀접접촉을 하지 않았는데도 감염된 케이스로 꼽힌다.

지난달 17일 첫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된 또 다른 의사나 지난달 2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감염된 92번 환자는 환자와 접촉한 시간이 단 10분에 불과했다. 보건당국은 초기에 감염자와 2m 이내 1시간 넘게 접촉한 사람만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해 왔다. 이에 새롭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정부는 공기 중 전파가 아닌 만큼 3차 감염은 없다고 못박은 것과는 달리 현재 국내에선 3차 감염은 물론 4차 감염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없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얘기해 왔지만 현재까지 보건당국이 밝힌 4차 감염자는 모두 8명으로 늘었다. 보건당국은 병원 내 감염이라고 밝혔지만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이미 메르스 공식이 깨진 것을 빨리 인정하고 한국형 메르스 특성을 찾아내 대처해야 한다고 전한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금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중동에서 발생했던 역학조사 자료를 가지고 대응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하고 차이가 있는 것들이 확인되고 있다"며 "그런 차이점을 우리가 지금이라도 빨리 분석을 해서 참고할 수 있는 결과물들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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