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들고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에 나선다. 지주사 체제로 변화를 꾀하지만 포인트는 ‘코스닥시장’을 별도로 분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벤처캐피탈(VC) 업체의 투자금 회수를 원활하게 하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주사로 전환된 후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주사 전환 후 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집중적으로 코스닥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업영역 확대, 신사업 개발 등 독자 생존능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거래소 지주사 전환의 핵심은 ‘코스닥시장’의 분리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코스닥시장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다.
금융위 측은 “코스닥시장을 중소ㆍ벤처기업을 포함한 모든 성장형ㆍ기술형 기업을 위한 또 하나의 메인 보드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 개편안이 VC 엑시트를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벤처업계가 코스닥시장의 독립성 강화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코스닥 내 상장 승인 여부를 직접 결정하게 된 것도 벤처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벤처업계가 코스닥 독립성과 지배구조에 민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코스닥시장이 벤처캐피탈의 출구전략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신규 투자금액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69%까지 급감했던 ‘벤처기업의 IPO 대비 VC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의 IPO 비율’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 2014년 80%대로 다시 떨어졌다.
장일훈 벤처캐피탈협회 홍보팀장은 “벤처캐피탈은 코스닥에 의존하고 있다”며 “회수-재원-투자 삼박자가 어우러져야하는데 회수 시장은 아직 성과가 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은 기술주를 염두에 둔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은 코스닥으로 연결해야한다는 입장이다”이라고 밝혔다.
즉 코스닥시장은 VC가 엑시트할 수 있는 ‘회수’ 통로인 셈이다. 벤처캐피탈협회가 적극적으로 개편안에 찬성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은 정당성이 약하지만 반대로 VC 엑시트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며 “거래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ATS(대체거래소)를 통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