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해 국세청으로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과세당국은 이를 전혀 알아채 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지난 해 6월말 국세청의 중수부로 잘 알려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대우조선해양 본사에 사전예고 없이 투입, 같은 해 10월까지 일정으로 심층(특별)세무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세무조사 종료 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소득금액 누락에 따른 세금 십 수억원을 추징했을 뿐 검찰 고발 등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조선해양이 해상플랜트 분야에서 무려 2조원 규모 누적손실 사실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 조사국 내 최정예 요원들이 포진해 있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말 그대로 ‘눈 뜨고 당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적잖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당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세무조사를 수임한 업체가 국내 대형 로펌이 세목별 전문 인력을 투입, 세무조사에 대응했다는 점과 국세청 특별조사국이 과연 재무제표 분석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세청 전 고위관계자는 “대형 로펌이 조사 수임을 했다면 당초(특별세무조사 착수 전) 국세청이 예상한 추징금을 거둬들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서울국세청 조사4국 특성상 분식회계를 놓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분식회계 시점이 조사대상 회계연도에 포함되지 않으면 이를 적발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아마도 대우조선해양의 경우가 그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을 대상으로 회계감리 검토 작업을 벌인 후 2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 업무처리 방식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 2조원대 손실 은폐 의혹과 관련해 긴급 실무진 회의를 열고 향후 회계감리 착수 여부를 검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아직 발생한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데다 전기 재무제표에 대한 손익 수정공시도 없었던 만큼 감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다만 채권단 등에서 감리를 요구한다면 그 전이라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감리결과 대우조선해양이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검찰 고발, 최대 20억원 과징금과 3년간 감사인 지정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