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어디로] 롯데 경영권 분쟁 나쁜 것만은 아니다?…일본 100년 역사 호시노리조트, 성공 계기는

입력 2015-07-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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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대 CEO 계승 당시 부자간 반발 거세…매출 20배 성장 등 성공 밑거름 돼

▲호시노리조트 4대 사장인 호시노 요시하루. 일본 니혼게이자이

롯데그룹 부자, 그리고 형제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현지시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호시노리조트 역시 4대째로 승계 당시 부자간 격렬한 다툼이 있었으나 이것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같은 회사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진심으로 경영에 임할 때 보통의 부자 관계는 희생된다. 지난 23년간 나는 아버지에게 경영자로서 도전했고 아버지도 나를 후계자로 평가하는 관계가 이어졌다”

“아버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는 것은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젊고 미숙했던 나는 아버지의 경영 방침에 강하게 반발해 부자지간에 패권 다툼을 벌이던 시기도 있었다”

이는 호시노리조트의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은 지난 2013년 3월 부친이 사망했을 당시 회고한 말이다. 1991년 호시노가 4대째 회사를 물려받게 됐을 당시 부친과 심하게 다툰 것을 떠올린 것이다. 그의 발언은 승계 과정에서 벌어지는 가족 기업 특유의 어려움을 상기시킨다.

호시노 사장은 항상 할아버지로부터 ‘우리 가문의 후계자’라는 말을 듣고 자라 언젠가 회사를 자신이 잇는다는 점을 의식하게 됐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해외유학을 거쳐 1988년 회사 전신인 호시노온천여관에 합류한다.

그의 부친은 버블 시대에도 부채를 적게 지는 등 견실한 경영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에서는 호시노 가문 출신의 여러 임원이 특권계급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여관 비품을 가져가거나 자신의 집 전기 요금을 회사비용으로 처리하는 등 공사를 혼동하는 일이 일상화했다. 한 마디로 악의는 없지만 전근대적인 경영이었다.

젊은 호시노 사장은 당시 ‘이런 관행으로는 우수한 인재가 모이지 않고 직원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영개혁을 호소했다.

아버지는 총론은 찬성해도 각론에 들어가면 생각이 맞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사내에서 심한 말을 주고 받게 되고 결국 호시노 사장은 퇴사하고 다른 회사에서 일했다.

그가 복귀하게 된 계기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가족의 일부가 다시 돌아와달라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사회 멤버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절실하게 깨달아 신중하게 톱을 차지하려는 준비를 했다. 결국 4대3의 근소한 차이로 이사회 의결권 우위를 확보한 호시노는 지난 1991년 아버지를 대신해 사장에 취임했다.

일본에서도 사업 승계시 가족간의 대립은 드물지 않다. 최근 오오츠카가구는 아버지와 딸의 대립이 격화한 끝에 지난 3월 주총에서는 위임장 쟁탈전이 벌어졌고 분쟁은 지금도 법정으로 장소를 옮겨 계속되고 있다.

이런 대립과 분열은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호시노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후계자가 승계 당시 다툼을 벌이는 것을 꺼려 참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며 “원활한 승계가 이상적이지만 경착륙도 사업 계승의 올바른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세간으로부터 풍파가 불어닥칠 위험은 있지만 경영진이 단숨에 젊어지는 장점이 있고 새로운 경영 방침을 철저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며 “호시노리조트도 아버지와 싸우면서 향후 방향성을 찾은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시노 사장은 개혁을 단행하는 파트너로 비전을 공유하는 동생을 경영진에 추가했다. 특권계급을 즉각 없애고 직원 동기부여를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했다. 외국계 호텔이 진출하는 등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응해 일본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지난 27일에는 가나자와 시 등에 있는 4개의 ANA크라운플라자호텔 인수를 발표했다. 아버지 대에는 연간 매출이 20억 엔 정도였지만 현재는 3920억 엔(약 3조7000억원)으로 약 20배 늘었다.

한편 아버지도 사장에서 물러나게 된 이사회를 기점으로 경영 일선에서 단호히 손을 뗐다. 호시노 사장은 “아버지는 세대를 넘어 경영을 대대로 전달하는 것을 자신의 마지막 의무라고 여겼다”며 “옛날에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도 사업을 계속하게 된 것은 아버지가 장기적 관점에서 분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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