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도우미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장애인 도우미의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과 업무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서비스 특성상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민사1부(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는 장애인 도우미들이 소속된 '신호등도움회' 대표 최모씨 등 139명이 사단법인 느티나무 경상남도 장애인부모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장애인 도우미들은 1인당 60만원~2200여만원을 각각 배상받게 된다.
재판부는 "(장애인 도우미들은) 업무수행 전반에 있어 장애인부모회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부당한 활동제한조치에 따른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또 "도우미의 근로시간, 업무의 범위나 내용을 정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이용자의 요구나 필요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는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의 특성상 불가피한 것이지 활동보조자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만한 근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상남도의 현장점검 결과가 허위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장애인부모회의 활동제한조치에 대해 사후적으로 지도·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경상남도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경상남도는 2005년 도우미뱅크 사업 추진과정에서 느티나무 경상남도 장애인부모회에 사회활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활동보조 등의 업무를 위탁했다. 장애인부모회는 신호등도움회 소속 도우미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얼마 뒤 장애인부모회는 도우미들이 활동일지 등을 허위로 작성해 활동비를 부당수급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경상남도가 2010년 3월 실시한 현장점검 결과를 토대로 장애인부모회는 도우미 중 16명에게 자격정지 등의 활동제한조치를 내렸고, 2011년 4월까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호등도움회는 이 조치가 부당하다며 2012년 12월 소송을 냈다.
부산고법 관계자는 "1심도 장애인 도우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가 배상액수를 더 폭넓게 인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23일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5년여간 이어진 경남지역 장애인도우미와 민원봉사단체 간의 법적 분쟁은 대법원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