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자녀들을 키우며 수백억원 대의 자산을 모았다. 하지만 노년에 찾아온 치매 증세로 인해 요양원 생활을 하게 됐고, A씨의 자녀들은 재산다툼을 벌일 뿐 모친을 제대로 돌보는 이는 없었다. A씨의 남동생인 B씨는 누나가 좀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보살핌을 받기를 바라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이야기는 누구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에게도 후견인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성년 후견제도다.
언급한 사례에서 B씨는 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을 청구하고 A씨에 대한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절차가 개시되면 법적인 권한이 부여된 후견인이 A씨에 대해 재산관리는 물론 신상보호 업무도 함께 맡게 된다. 혹여 A씨의 자녀들이 재산을 빼돌리더라도 후견인이 법에서 정한 취소권과 대리권 등을 활용해 원상회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일반인에게 아직 낯설다. 전문가들도 실무상 활용하려면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현곤(46·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법무법인 지우)는 성년후견제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이해와 활용-치매노인과 발달장애인의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법률신문사)'를 펴냈다.
이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대법원의 성년후견준비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해 각종 준비작업과 대법원 규칙 제정 등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제도에 관해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성년후견제의 총괄적인 소개는 물론 청구와 심판절차, 등기, 후견인의 지위와 역할, 후견제도의 개선점 등에 관해 자세히 서술하고 관련 법령도 모아 함께 묶었다.
가사 사건 전문인 이 변호사는 대구 능인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0년 판사로 임관한 뒤 2009년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일하며 5년여간 가사소년 전문법관으로 재직한 뒤 지난해 변호사로 개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