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제도를 활용하려던 A씨는 최근 전문적인 상담을 해주는 인터넷 동호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카페에 가입해보니, 개인회생절차와 관련해 상담을 해주는 것은 물론 변호사나 법무사를 소개하고 사건 진행경과까지 세세히 알려주고 있었다. 인터넷 카페가 사실상 개인회생 신청자에게 변호사를 알선해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이러한 행위는 현행 변호사법에 의해 금지되는 불법행위다.
법원이 개인회생 제도 이용 과정에서 사건에 불법으로 개입하거나 제도 악용을 돕는 '악성 브로커' 근절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법원장 강형주)은 파산사건 브로커 업무를 담당한 변호사 12명과 법무사 4명, 무자격자 5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고 17일 밝혔다.
법원은 또 수사의뢰 대상자 외에 브로커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골라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법무법인 14곳과 변호사 11명, 법무사 3명을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법무사협회, 법조윤리협의회에 각각 징계요청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개인회생 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와 법무법인, 채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계좌 내역과 소득 증명서를 변조해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 서류를 제출한 변호사, 법무사에게 적극적으로 의뢰인을 연결해 준 무자격자 등이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지난해 9월부터 '개인회생 체크리스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회생위원과 법관이 사건처리 과정에서 악성 브로커로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변호사 협회나 수사기관에 내용을 통보하는 제도다.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첫 시행된 개인회생 신청은 경제성장 둔화와 가계부채 증가의 영향으로 2011년 6만5171건, 2012년 9만378건, 2013년 10만5885건을 기록했다. 개인회생 신청 증가의 근본적 원인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법원은 여기에 수임을 노린 브로커의 활동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