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법률행위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현행 민법 104조는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무효가 된다는 조문을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경솔'이나 '무경험'은 뜻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궁박'이라는 말은 평소 잘 쓰이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궁박(窮迫)'은 '절박한 사정'을 뜻한다. 상대방이 절박한 사정에 놓여있는 것을 이용해 억지로 계약을 체결하면 법적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이렇게 민법에 있는 난해한 표현들이 법 제정 57년만에 알기 쉽게 바뀐다.
법무부는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후 법조문에서 사용돼 온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 등을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바꾼 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법조문을 한글로 표기하되 한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동음이의어 등 혼동의 우려가 있으면 한문을 병기했다. 일본식 표현과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우리말로 바꾸되 많이 알려져 있거나 바꾸기 어려운 용어는 그대로 사용했다.
이렇게 개정한 민법 주요 용어는 133개, 문장은 64개다. '궁박'은 '절박한 사정'으로, '구거(溝渠)'는 '도랑'으로 바뀐다. '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소멸한다'처럼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도 '종전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때 소멸된다'로 바꿨다.
법무부는 2013년 6월부터 법제처와 민법 개정안 초안을 작성했고, 지난해 9월부터 외부인사 11명으로 구성된 '알기 쉬운 민법 개정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