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맞은 한국 제조업…'내우외환'에 경쟁력 흔들

입력 2015-09-1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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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에 노사 분규 등 국내 악재까지 겹치는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로 수출을 통해 경제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로선 대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곧바로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등 노동 개혁을 들고 나오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고임금에도 더 많은 요구를 하며 파업을 불사하는 등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이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수익성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2010년에 정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려 4년 새 반 토막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자산 순위 30대 대기업 그룹(공기업 제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7조5600억원으로 2008년의 60조1700억원보다 4.3% 적었다. 정점인 2010년 88조2500억원과 비교하면 30조6900억원(34.8%)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작년에는 4.3%로 2008년의 6.7%보다 2.4%포인트 낮았다. 영업이익률은 2010년 7.9%까지 개선됐으나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다 4년 새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8월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9만6154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26.6% 감소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8월 중국에서 7만146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6.6% 줄었다.

기아차는 더욱 심하다.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는 지난 8월 2만6008대를 팔아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44.7%나 줄었다. 지난 7월의 33.3% 감소보다 폭이 더 커졌다.

중국은 현대기아차 해외 판매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에도 매달 10% 선을 꾸준히 유지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1월 8.8%에서 2월 9.9%, 3월 10.1%로 꾸준히 상승한 뒤 4월에도 10.0%를 나타냈다. 그러나 5월부터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연간 점유율 10% 달성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중국의 토종 업체들이 최근 들어 판매가를 대폭 낮춰 현대차 등 해외 브랜드에 비해 30∼40% 싼값에 차량을 내놓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토종 업체들의 차량 품질이 부쩍 향상되고 있어서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중국시장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6와 S6엣지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4월 초 현지 시장 출시 이후 4개월 만이다.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S6 시리즈 모델 가격은 800위안(약 15만원) 내려갔다. 갤럭시S6 32GB(기가바이트) 모델은 4488위안(약 84만원), 갤럭시S6엣지 32GB 모델은 5288위안(약 99만원)으로 조정됐다.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9%에 그쳐 두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면서 점유율 만회를 위해 가격 인하 정책을 내놓았다는 견해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18%, 화웨이가 16%의 점유율로 1,2위를 달렸다.

경영 상황이 악화하자 주요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보다 현금 보유액을 늘리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 상위 10대 그룹 소속 95개 상장사의 현금 보유액(개별 기준)은 지난 6월 말 현재 97조5800억원으로 작년 말 96조8400억원보다 7400억원(0.8%) 증가했다.

각 그룹의 현금 보유액은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합친 것으로 배당이나 투자와 같은 수요가 생기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제조업체에서는 노사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이유로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했다.

파업 투표 가결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올해 파업하면 4년 연속이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22차 교섭에서 회사가 임단협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교섭은 중단됐다.

노조는 임금 15만9900원(기본급 대비 7.84%)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공장 신·증설 검토,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정년 65세까지 연장 등도 요구안에 있다.

수조원의 적자로 생사 기로에 놓인 조선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3차례 부분파업을 벌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 난항을 이유로 지난 10일부터 사업부별로 순환파업에 들어갔다. 투쟁 효율을 높이고자 올해 처음 시도하는 소규모 부분파업 형태다.

오는 17일에는 조선노조 모임인 조선업종 노조연대 소속 9개 노조가 예고한 2차 공동파업에 참여, 7시간 부분파업한다. 공동파업은 조선업종 노조연대와 현대기아차그룹사 노조 연대회의 소속 조선·자동차 노조가 모인 가운데 진행된다.

조선·자동차 노조의 공동투쟁은 1990년대 초 현대그룹사 노조들이 모여 만든 현대그룹총연맹(현총련) 시절 현대중과 현대차 노조가 연대한 이래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파업 한 달을 넘긴 금호타이어의 노사 교섭이 지난 13일에도 사실상 결렬된 채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자체 매출손실은 1200억원, 파업에 따른 무노동무임금 근로자 임금손실도 1인당 평균 35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평균 연봉은 9277만원, 현대중공업 7천486만원, 두산 7225만원, 대우조선해양 7371만원으로 일반 기업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임금 협상이 타결되면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중국 등에 밀리고 국내에서는 고임금, 노사 분규 등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노동 개혁에 따른 노사 합의가 빨리 이뤄져 노동 시장이 유연화되고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야 제조업의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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