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고, 미국은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정 자산에 배팅하자니 리스크가 걱졍되고,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을 내자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 금융투자업계의 촉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관심은 다시 ‘랩어카운트’에 쏠리고 있다.
‘랩’이라 불리는 랩어카운트는 여러 자산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해주는 ‘종합 자산관리계좌’를 의미한다. ‘포장하다’란 뜻의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가 합쳐진 용어다.
올해 하반기 국내 증권사들이 주목하는 상품은 주로 랩어카운트였다. 증권사 12곳 중 6개의 증권사가 랩어카운트 상품을 추천했다. 대우증권, 미래에셋,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이 랩어카운트를 들고 나왔다. 현대증권의 경우 펀드랩을 권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분기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고객 수는 올해 1월 말 117만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4월 말 120만명을 돌파했다. 6월 말 현재 124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계약한 자산규모도 같은 기간 69조원에서 6월 말 83조원으로 급증했다.
랩어카운트가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경제가 불황일 때는 투자 대안에 묘수가 없다. 자산 가격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전제 아래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이 때문에 투자를 세분화시키는 자산배분 상품이 주목을 받는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주식, 채권, 달러 등 투자 자산을 골고루 섞어서 분산해야 안정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랩어카운트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특정 자산을 전망하기란 어렵다. 한 자산에 배팅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각 자산 비중을 조정하며 수익률을 높이는 것보다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펀드도 투자 상품으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저금리 상황에서 예ㆍ적금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서기에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 행태를 보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번에 펀드 상품을 추천하는 증권사들은 주식형 펀드를 비롯해 재간접형 펀드, 채권혼합형 펀드, 스팩펀드 등 안정성을 고려한 상품을 추천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KTB투자증권은 금리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펀드를 제시했다. 채권혼합형 펀드는 약관상 주식에 50% 미만을 투자하는 펀드다. 나머지 부분은 국채, 공사채 등 채권에 투자한다. 수익률을 위해 주식 부문에서는 배당주와 중대형 공모주 위주로 담고 채권은 국공채 중심으로 투자한다.
유안타증권 역시 채권혼합형 펀드를 제시했다. 안정성을 높여 자산의 70%는 A등급 이상 우량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스팩 발행 시장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눈에 띈다. 대신증권이 추천하는 상품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를 예상한 펀드 상품이다.
상장지수증권 상품도 등장했다. 삼성증권이 권유한 상품은 ETN(상장지수증권) 11종이다. 상장지수증권이란 특정지수의 수익을 추종하도록 증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이다. 채권, 원자재, 통화, 주식, 선물 등에 투자하며, 해당 상품가격이 오르면 수익률도 오르는 구조이다.
ETF(상장지수펀드)와 달리 ETN은 운용능력에 관계없이 정해진 수익률을 보장해준다. ETN은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며, 장기간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다만 운용성과와 관계 없이 발행주체가 파산하면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