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개정안은 삼성그룹의 향후 지배구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정안 통과 당시 다수의 국내 언론과 재계에서 주장했던 '삼성그룹의 적대적 M&A 노출'과 정반대의 분석이어서 흥미롭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GCGC) 소장은 16일 '기업지배구조연구’ 이슈분석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초과 지분(3.52%)에 대한 의결권 제재가 공정거래법의 규정을 받도록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금산법 개정안이 새로운 규제를 마련하는 것은 아니며, 공정거래법 기준으로도 실질적인 의결권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금산법은 대기업이 계열 금융사를 이용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률로 1997년 제정됐다. 작년말에 통과된 금산법 개정안은 초기 법률을 보완해 금융계열사들의 계열사 지분을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경우, 정부가 의결권제한이나 강제처분명령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금산법 개정안은 '삼성그룹 관련법'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와 연관돼 재계 안팎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처리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 중 생명과 화재에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초과지분(3.52%)에 대한 의결권 제재가 이뤄진다면 삼성전자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 삼성과 재계의 주장이었다.
김선웅 소장은 그러나 "개정안은 금산법 위반에 따른 의결권제한 등 제재는 규정했지만, 금산법 제정(1997년)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던 생명과 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5% 초과분에 대해선 처분명령이 없고, 2009년까지 2년간 의결권 제한 유예기간을 뒀다"며 "유예기간이 지나면 공정거래법 규정을 받도록 돼 있어, 실질적으로 금산법 개정안에 따른 지배구조 변동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초과지분(3.52%)에 대한 의결권은 금산법에서 따로 정하지 않더라도 2008년 4월부터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융계열사는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의 경영권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지배주주 지분을 합해 총발행주식의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과 특수관계인(생명, 화재 포함)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총 13.93%(총발행주식 기준)에 불과해, 임원 선·해임이나 정관변경 등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제재도 받지 않는다.
결국 금산법 개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초과지분은 금산법이나 공정거래법 모두에서 실질적으로 의결권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 기준이 총발행주식이 아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보통주)인 경우 1.09%가 의결권 제한을 받게된다.
김 소장은 "금산법 개정안은 생명과 화재의 금산법 위반 행위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내리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삼성전자의 적대적 M&A 위기도 새롭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거래법상 의결권을 15%로 제한한 것이 새롭게 적대적 M&A 원인으로 부각될 수 있지만, 실제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량 매입할 주체가 많지 않다는 측면에서 공정거래법 상 제한 역시 경영권 위협 요인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50% 수준에 이르지만, 실제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주주는 씨티뱅크(9.38%, 보통주 기준)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의 지분 1%(14만7000주)를 매입하기 위해선 86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