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중국은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필두로 한 지도부가 새로운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구상이라는 대응책을 가다듬어 왔기 때문이라고 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 그리고 남부 아시아 등 육·해상을 거쳐 중국과 유럽을 잇는 과거의 실크로드를 부활시키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해로로 가는 두 번째 루트에는 중동과 아프리카도 포함돼 육로와 해로를 중심으로 거대한 2개의 경제권이 생겨나게 된다. 즉 항만과 철도 발전소 등 인프라 투자를 강화해 아시아에 중국 중심의 경제권을 구축한다는 의도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리샹양 아시아·태평양글로벌전략연구원 원장은 “미국 주도 TPP가 아시아의 무역과 투자 규칙의 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시진핑 지도부는 아시아 실수요에 바탕을 둔 인프라 투자로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TPP 협상에 공식적으로 합류한 2013년 중국은 돌연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중국 포위망’에 초조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TPP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을 보고 중국도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상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최근 “TPP의 조기 타결을 기도한다”며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투자협정 협상에 필요한 인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TPP 참가국들이 막판 마라톤 협상을 벌였던 지난 3일 중국 국영 CCTV는 국경절 연휴 동안 유명 여성 캐스터가 아시아 각국의 ‘일대일로’ 건설 현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경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은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