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는 1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개혁의 핵심은 노사개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금융개혁은 개혁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금융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으로 그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소위 ‘오너십’이 없고 지배구조의 한 축을 이루는 노조의 힘이 너무 강하다”며 금융 시장에 대해 놀랄 정도로 높은 수위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런 금융 환경이 역동성을 제약해 금융개혁이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최 부총리는 “오후 4시에 문닫는 금융회사가 지구상에 어딨냐”며 “노사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금융서비스를 시대변화에 맞게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업무시간을 더 늘리는 게 아니라, 업무형태를 바꾸면 된다”며 “예전에는 10원짜리 맞추다보니 그랬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경쟁력에서 열세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일 최경환 부총리는 금융기관장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우간다를 이기자’로 건배사를 했다고 전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경쟁력이 우간다, 가나보다도 낮게 나온 것을 빗댄 것이다.
조사 방법이 기업인들의 설문조사가 대부분이고,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금융권이) 조사 대상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려는 노력도 안 해본 것 아니냐”며 금융의 발전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최 부총리는 한계기업 정리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의 부채 문제가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며 “채권단의 자율적일 결정에만 맡겨두니 성과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부채는 한계기업이 문제”라며 “부채 규모가 큰데다 한 기업이 잘못되면 거래하는 기업들이 다 휘청거릴 수 있어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최근 이와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중심으로 관계부처 차관 등이 모여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체제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경기침체와 상관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산업 부문의 조정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는 이른바 ‘구글세’ 도입에 합의한 것이 역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의 최대 성과라고 소개했다.
G20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BEPS 대응 방안’을 승인하고 올해 G20 정상회의에 제출하기로 했다.
BEPS란 구글ㆍ애플 등 다국적 기업이 기존 국제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간 세법차이 등을 이용해 글로벌 세부담을 줄이는 조세회피 행위를 말한다.
최 부총리는 “G20의 성과물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BEPS는 상당히 획기적인 성과물”이라며 “정상회담에서 채택되면 강한 규범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