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한 대형 백화점에서 점원 2명이 고객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영상 속의 여성 고객은 다리를 꼬고 앉아 “둘 다 똑바로 해. 지나가다 마주치면 죄송하다고 해”라며 점원을 다그치는데요. 점원들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무릎을 꿇고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합니다.
이 고객은 귀금속 무상 수리를 요구하다 거절당한 것에 불만을 느끼고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천의 한 대형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모녀 고객이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에게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한 일도 있었죠. 땅콩회항부터 인분교수, 라면상무까지 그야말로 ‘갑질 한국’입니다.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 이유가 뭘까요. 우선 갑질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갑질이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甲)이 권리관계에 있는 을(乙)에게 부리는 부당행위를 말합니다.
관련 뉴스
‘자신이 잘난 줄 안다’, ‘손윗사람에게도 반말 한다’, ‘배경 설명 없이 무조건 따르기만을 강요한다’, ‘조직의 힘과 개인 역량을 혼동한다’ 등이 갑질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들이죠.
갑질은 역사 속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조선은 양반 중심의 사회였습니다.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을 나누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양반의 혈통인지, 노비의 핏줄인지가 중요했죠. 1894년 갑오개혁으로 반상제도는 철폐됐지만 500년간 뼛속 깊이 녹아든 ‘양반 의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대평가 중심의 교육제도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학생들의 개성은 무시하고 점수와 등수만으로 서열을 매기는 문화가 사회로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갑과 을을 만들어 내는 거죠. 전교 1~20등 학생들에게 먼저 밥을 주고, 우등 반에만 에어컨을 틀어준다는 뉴스를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1등만 인정받는’ 교육제도가 낳은 폐단들입니다.

무엇보다 소득 불평등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소득 상위 10%의 가처분소득은 1억1000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대로 하위 10%는 435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가처분소득이란 개인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말합니다. 가처분소득이 많으면 소비도 늘어나죠. 조사 결과로 보면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쓸 돈이 25.3배나 많은 겁니다.
이같은 불평등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자신을 을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난 갑이다’ 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도 채 안된다고 하네요.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금수저, 흙수저, 개룡품절(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란 뜻), 헬조선 등의 신조어들을 보면 우리사회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집니다.
작가 겸 방송인인 유병재씨가 지난해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굽실대지 않는 사람들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갑질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란 글을 남겨 화제를 모았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