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신입직원(6급)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 불합격자 1990명에게 ‘합격’을 통보한 후 이를 번복해 논란이 불붙고 있다. 농협은행은 합격을 무효화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소액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식으로 대응해 논쟁이 더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8일 신입직원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에서 불합격자 1990명에게 합격을 통보한 후 ‘전산 실수’라며 이를 번복했다.
농협은행은 합격자 통보과정에서 합격자 2478명의 명단을 서류접수 대행업체인 인크루트에 전달했고, 인크루트는 이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작업 실수로 불합격자 1990명에게까지 합격을 알렸다.
농협은행은 인크루트의 실수라고 선을 그었지만, 농협이 대행업체에 잘못을 떠넘기고 있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A은행 관계자는 “채용 절차를 외부 업체에 위탁한다해도 은행 내의 담당부서가 수시로 절차를 확인한다”며 “서류 합격자 명단을 외부에 전달할 때 내부통제시스템상 은행이 최종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행업체에 위탁할 수는 있어도 시스템적으로 대형업체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은행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농협이 교재비와 학원비 등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언급한 대해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돈으로 사태를 마무리하겠다는 발상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B은행 관계자는 “합격 통지가 잘못 전달된 응시자에게도 필기나 면접 등 한번의 기회를 더 줘야 한다"며 "그것이 피해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서류 합격자가 반발할수 있는데, 청년 실업 해소 차원에서라도 전체 합격자 비율을 늘리는 방법으로 은행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라인 평가 중 전산 오류로 피해자가 발생하자, 전체 응시생에게 다음 전형 절차의 기회를 제공한 실례도 있다.
이달 19일 진행된 신보 신입사원 채용 온라인 평가에서 답안이 제출되지 않거나 응시 문제가 미뤄지는 등 전산오류가 일부 발생했다. 신보는 실수를 인정하고, 온라인 평가에 응시한 8000명 전원에게 2차 전형인 필기시험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5년 하반기 시행된 LG CNS 공채시험이 비슷한 사례다. 당시 LG CNS는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전산착오로 합격이 번복된 69명을 전원 합격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피해자들의 소송 가능성도 남아있다. 번복 피해자들이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할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다만 업무상 착오인 점을 볼 때 큰 금액은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서류전형 합격 번복 피해자들에게 필기시험 기회를 주지 않을 것”며 “기존 합격자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