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증권사 소액결제 허용에 따른 영향에 대해 충분히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증권사에 소액결제 허용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업권간의 공정한 경쟁, 규제 측면과 앞으로 결제기능을 부여받은 증권업계의 예금에 해당하는 업무가 커졌을 경우 그것이 지급결제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에 미칠 영향 등 두가지면을 봐야한다"며 "한은은 그런 두가지 측면의 고려가 충분치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콜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서 “지난 연초에 각종 경제지표가 조금 들쭉날쭉한 움직임을 보여서 앞으로 움직임을 관심을 갖고 지켜봤지만 걱정보다는 내수 쪽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하고 그래서 경기는 완만한 성장을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물가쪽은 원래 1~3월이 계절적으로 가격인상이 많은 시기고 그래서 지난 2,3월에 물가가 상당히 높아진 품목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소비자물가가 2.2%, 근원물가가 2.3%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심사가 됐던 아파트가격은 금년 들어 상승세가 둔화되더니 3, 4월에는 가격이 뚜렷이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 내수나 수출이 꾸준한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본다”며 “연간 전체로 4% 중반으로 예상했던 한국은행 전망이 대체로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단기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약간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물가쪽에서도 수요압력이 높아지고 하락했던 유가가 최근 상승했지만 크게 상승하리라고는 보고 있지 않으며, 원화환율도 최근 다소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본다. 전체적으로 수요면에서나 공급면에서나 최근의 움직임과 비슷한 안정세 유지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최근 관심이 된 것은 지난 4분기와 1분기에 금융기관 여신증가가 커졌다는 것이 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에 은행의 여신수신 금리도 상당폭 상승했기 때문에 유동성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 조금더 추이를 지켜봐도 괜찮다고 본다”며 “앞으로 통화정책도 물가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운영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재경부 차관이 경기둔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둔화는 밖에서 올 수 있는 영향이 중국이 과열 우려해 긴축 강도를 높인다든가, 미국의 신용도 낮은 모기지에서 시작된 불안이 더 크게 발전하면 외부 여건을 나쁘게 만들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보기에는 다소 걱정은 되지만 그것이 크게 나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오히려 경기만 보면 지난 4분기, 1분기가 성장률이 가장 낮은 시기에 해당하고 앞으로 미미한 수준이더라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 위험요소가 없을 수는 없지만 그 정도는 늘상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중소기업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알다시피 최근 몇 년 동안 은행의 수익사정이 괜찮다. 그리고 일부 가계의 부채에 대한 우려, 중소기업 대출이 빨리 늘어나면 혹시 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각종 여신건전성에 관한 지표들은 상당히 양호하다. 그래서 은행들은 그런 좋아진 수익사정과 튼튼해진 자본, 건전한 여신관리 지표 등에 힘입어 여신을 확장하려는 유인이 상당히 있다. 그런 것들이 최근 여신 증가 배경에 깔려 있다고 본다.
-최근 증권사 소액결제 허용에 대해 한은과 재경부가 충돌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은쪽의 견해는 이미 작년에 금통위 논의를 거쳐서 정부의 안에 대해 한은의 의견을 보낸 것이 있다. 그리고 그제 우리 담당국에서 기자분들에게 실무적인 설명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핵심은 두가지다. 금융업권간의 공정한 경쟁, 규제 그런 측면 하나와 앞으로 혹시 결제기능을 부여받은 증권업계의 예금에 해당하는 업무가 커졌을 경우를 상정하면 그것이 지급결제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 측면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이냐 등의 면에서 봐야한다. 한은은 그런 두가지 측면의 고려가 충분치 않았다는 판단이다.
자본시장통합법 통해 자본시장 육성하자는 방향은 옳지만 증권회사가 취급하는 예금 유사상품에 대해 결제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은행 상품과 구분이 거의 없어지는 것이 자본시장 발전에 핵심적인 것이냐에 의문이 있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증권회사의 고객예탁금 부분에 결제기능이 없어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