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결혼한 정 모씨(37세. 회사원)는 최근 날아온 이달치 주택담보대출 상환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결혼과 함께 25평형 집을 구하기 위해 6000만원을 은행대출 받은 정씨가 3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냈던 돈은 29만5천원. 하지만 이달에는 무려 5만원 가량이나 더 붙어 나온 것. 그전까지 5.95%였던 금리가 6.99%로 무려 1%P이상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대폭 인상됐다고 했지만 당장 상환금액이 올라간 것이 아니었던 만큼 정씨는 그때부터 주택담보대출에 가입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딴나라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달 고지서를 받아보자 얼마나 대단한 일이 지난해 연말 일어났던 것인지 짐작하게 됐다.
정씨는 지난해 대출을 받을 때 주위에서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상품인 보금자리론을 들 것을 추천했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정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은행에서 우수고객이라 금리 감면 혜택도 준다고해서 가입했지만 대출이자만 더 잔뜩 물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지난해 11.15대책 이후 순식간에 1%P 이상 오른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반영되면서 실수요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지난해 연말 정부의 "주택시장 요동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남발에도 원인이 있다"는 언급이 있은 후 담합이라도 한 듯 일제히 급등했다. 심지어 일부 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하는 등 초강수를 두면서 금리를 인상한바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금리에 연계된 것으로 3~6개월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그런 만큼 12월에 올랐더라도 오른 금리는 1월 이자에 당장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분은 3월과 4월부터 반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출 금액에 따라 5만~10만원 씩 월 상환이자가 오른 탓에 급격한 심적부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금리의 장난'에 따라 그간 내지 않던 돈이 갑자기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봉급 생활자가 대부분인 이들로선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정씨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만큼 급여가 그리 많지 않다"라며 "많지 않은 급여에 그동안 내지 않던 돈을 한달에 5만원 더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약간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금리인상분 반영에 따라 '더 오르기전에' 집을 매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실수요층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들 실수요층들은 주로 5000만~7000만원 가량을 대출받아 20~30평형대 아파트를 매입한 실수요자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분에 따라 5만~10만원 가량 지출이 늘게 됐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에 근거한 저분양가 아파트가 쏟아질 경우 집값 상승효과 마저 없어지게 되면 받게 될 심적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팀장은 "이들 실수요층의 가장 큰 불안은 향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 역시 결국 내집마련 실수요층에 부담을 줘 중소형평형 주택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