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늘어나는 자동차보험 적자, 장기보험 경쟁 과열, 협회와 불협화음, 공정위 과징금 추징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손보업계는 중소사들이 속속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실적악화가 가속되고 있다.
한화손보, 흥국쌍용화재가 잇따라 자동차보험 인수를 제한하고 나섰으며 대형사인 동부화재와 LIG손보도 인수강화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경영압박에 시달리던 중소사들이 보상부문을 통합,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한편 자동차보험에 이어 장기보험 시장도 경쟁으로 혼탁해지고 있다. 생보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수료 몰아주기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서 일부대리점에 초회보험료의 500%에 이르는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생보설계사에게 일정한 수당을 지급하고 장기보험 계약을 유치하는 불법행위까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단 점유율을 높이고 보자는 외형중심 영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지나친 경쟁때문에 엉망이 됐는데 장기보험 시장마저 그 뒤를 따르고 있다"며 우려했다.
내부적으로는 지속적인 적자와 경영상태 악화는 물론 외부적으로도 손보업계는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업계가 1조5000억원의 공익기금 마련을 공언하며 이미지 회복에 나선 것과 달리 손보업계는 교통사고 예방 등을 위한 공익관련 예산을 10억원 넘게 줄여 외부적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손보사와 손보협회는 FY 2007 공익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28.8%(13억원) 감소한 32억원으로 책정했다. 손보사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손보협회의 예산을 줄이면서 교통사고, 보험범죄 예방 등에 쓰이는 공익기금도 축소됐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줄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미지급보험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경고를 무시한 결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특별검사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10개 손보사의 보험금 지급실태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해 지난 2003년 이후 손보사들이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자동차보험금이 140억원에 이른다며 최근 3년간의 보험금 지급 누락이나 과소지급 여부, 무료보험 관리 실태 등을 조사했다.
업친데 덥친다고 최근에는 공정위로 부터 약 1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위기에 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손해보험사들이 화재보험 등 일반보험의 요율을 담합과 관련 약 1000억원인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간 손보사들의 보험료율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요율을 담합한 것으로 결론 짓고 심사보고서를 각 보험사에 보냈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재보험과 배상책임보험 등 총 12개 일반보험 종목에서 담합 혐의가 포착됐으며 일반보험을 취급하는 모든 손보사가 요율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보사와 협회의 공조도 ‘삐그덕’거리고 있다. 올해 초 손보협회의 예산 결정 과정에서 긴축 여부를 놓고 대립했던 양측은 결국 협회비 납입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러오고 나서야 가까스로 봉합됐다.
손보사는 대외협상력이 부족해 주요 현안을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협회에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협회는 손보사가 현실을 외면한 채 방만하고 권위적인 운영을 한다고 몰아세운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사가 올해는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변화를 거부하는 사이 생보사는 상장을 통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생손보사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