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4대 기서(奇書) 가운데 하나인 수호지(水滸誌)에 송강(宋江)이 입춘 무렵 휘하 두령들과 함께 눈 구경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봄맞이를 하려고 나섰는데 큰눈이 내린 모양이다. 두령 가운데 지문성(地文星) 성수서생(聖手書生) 소양(蕭讓)이 눈송이는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며 이렇게 말한다.
“한 잎은 봉아(蜂兒), 두 잎은 아모(鵝毛), 세 잎은 찬삼(攢三), 네 잎은 취사(娶四), 다섯 잎은 매화(梅花), 여섯 잎은 육출(六出)이라고 한다. 눈은 원래 음기가 굳은 것이고 육출은 음수(陰數)가 뭉친 것인데, 입춘이 지나면 모두 매화 아래이고 육출은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겨울과 봄이 바뀌는 때여서인지 다섯 잎도 있고 여섯 잎도 있다.”
재미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다 보면 궁금해진다. 눈의 결정체가 육각형이라는 건 지금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옛날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어떻게 새처럼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듯 우리나라 지형을 알아냈을까?
어쨌든 풀과 나무 꽃의 잎이 보통 다섯 이하인 데 비해 눈은 육출이나 육화(六花)라고 불러왔다. 아름다운 티끌이라 해서 옥진(玉塵)이라는 말도 쓴다. 눈이 펄펄 내리면 비비(飛飛)나 분분(雰雰), 어지럽게 흩날리면 난비(亂飛)나 분분(紛紛)이라고 할 수 있다. 몹시 내릴 때는 비비(霏霏), 오락가락 가볍고 아름다우면 비비(斐斐)라고 한다.
오늘이 대설이지만 며칠 전 서울에 대설이 내렸다. 눈은 ‘풍년의 징조’[豊年之兆]라는데 올 겨울은 어떨지?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하얘지는 백은세계(白銀世界) 건곤일색(乾坤一色)이 된다. 검은 겨울에 흰 눈이라는 뜻에서 현동소설(玄冬素雪)이라고도 한다. 하늘나라 선녀들이 꽃을 뿌려준다는 천녀산화(天女散花)라는 말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