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4원 급등한 1178.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바로 전날 11.5원(1168.2원 마감) 오른 것까지 고려하면 이틀만에 21.9원이나 치솟은 것이다. 이로써 원·달러 환율은 전고점 1175원을 가뿐히 넘었고, 시장에선 1200원대 재진입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 급등은 국제유가 하락에서 비롯됐다. 밤사이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영향으로 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37.65달러로 40달러도 못 미쳤고, 브렌트유는 40달러선으로 급락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신흥국 경제 불안감이 다시 조성되면서 상품통화, 위험자산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투자심리는 위축됐다. 이에 상품통화인 캐나다달러, 호주달러의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원화가 이들 통화와 동조화 현상을 나타냈다.
특히 호주달러의 경우 미 달러화에 대한 약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1호주달러에 대한 미 달러화의 가치는 지난 4일 0.7385달러에서 이날 0.7216달러까지 내렸다.
정경팔 하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이달 중순까지 호주달러에 대한 미 달러화의 가치가 0.6894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화가 호주달러 동조화 현상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원·달러 환율은 1209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미 원·달러 환율이 지난 9월에 1200원을 넘어선 경험이 있는 만큼 환율 상승에 대한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의 1400원대 진입 전망이 나왔던 만큼 시장에 내성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올 들어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 최고가는 지난 9월 7일에 기록한 1203.7원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가하락에 따른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지만, 원화의 경우 투자자들의 불신이 낮고, 국내경제 역시 외화건전성을 갖췄다"면서 추가 급등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 수석연구원은 신용도를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이 낮은 수준인 만큼 원화에 대한 대외평가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CDS프리미엄은 53.01bp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9월말 당시 82bp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라는 것.
장 수석연구원은 "신흥시장 불안감이 상품통화에 반영되면서 원화 역시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그러나 1200원대에 진입할 만큼 상승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