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경영 통합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미국에서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전례없는 호황을 기록하는 가운데 양사의 통합이 화학업계 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사는 수일 내에 경영 통합 합의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양사 모두 신흥국의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로 해외 사업이 부진에 빠지자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통합을 결정했다. 두 회사 모두 세계적인 화학업체로 시가총액은 단순 계산하면 총 1170억 달러 규모다. 2014년 매출액은 다우케미칼이 580억 달러, 듀폰이 350억 달러였다. 양사가 통합하면 세계 최대인 독일 BASF의 740억 유로를 웃돌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양사는 통합 후 사업을 재편해 3개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복되는 사업을 정리해 경영을 효율화하겠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는 농업 관련 부문, 고기능 제품 부문, 화학 등 3개 분야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다. 특히 곡물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은 종자 및 농약 등 농업 관련 사업은 양사 모두 침체돼 양쪽 경영진 사이에서 농업 관련 사업 분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범용 화학 제품 부문도 중국 기업들의 공세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듀폰은 실적 부진에 허덕이다가 지난 10월 엘렌 쿨먼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고 에드워드 브린이 후임으로 취임했다. 다우케미칼의 앤드류 리버리스 CEO도 행동주의 주주로부터 경영 개선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3분기(7~9월) 듀폰은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2억3500만 달러, 매출액은 17% 감소한 48억7300만 달러였다. 신흥시장의 부진과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6개 사업 전체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침체가 컸던 부문은 종자와 농약을 다루는 농업 부문으로 이 분야는 수입이 30%나 감소했다.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경영을 통합한 후 새로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듀폰의 에드워드 브린 CEO가 맡고, 다우케미칼의 앤드류 리버리스 CEO는 회장에 취임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듀폰의 이사로 자리를 옮긴 브린 CEO는 2002~2012년 미국 복합기업인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CEO로서 경영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려낸 인물이다.
다만 소식통은 두 회사가 아직 경영 통합에 공식적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에서는 올해 M&A 시장이 기록적인 성황을 이뤘으며, 농업 부문의 M&A도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초대형 M&A로는 제약업체 화이자가 지난달 아일랜드 제약사인 앨러간과의 합병에 합의한 건을 들 수 있다.
☞경영 통합과 합병의 차이
‘경영 통합’은 통합한 후 각자의 조직과 자본이 존속하며, 비용 면에서의 구조조정이 어렵다. ‘합병’은 두 회사가 완전히 하나의 조직이 되는 것으로 비용 삭감으로 연결된다. 시스템 통합과 직원 간 융합이 과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