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연말결산①] ‘국제시장’부터 ‘대호’까지...제작비 100억 시대의 명암

입력 2015-12-24 11:18 수정 2015-12-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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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 제작비 규모는 한 해 1억 관객을 확보한 2~3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의 멀티 캐스팅과 해외 로케이션 등으로 437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최다 액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100억~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영화도 속속 탄생했다.

제작비 100억원 시대의 도래는 그에 상응하는 관객 수가 뒷받침되며 고착화됐다. 지난해 개봉한 ‘명량’은 1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1761만명(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이라는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올해 1000만 영화로 기록된 ‘국제시장’(1426만)과 ‘암살’(1270만) 역시 18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국제시장’과 ‘암살’은 생동감 있는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제작비 규모를 엿볼 수 있다. ‘국제시장’은 6.25 당시 흥남 철수부터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상봉까지 한국 근현대사 속 50년을 그려냈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얻었다.

(사진제공=쇼박스)
(사진제공=쇼박스)

‘암살’은 중국의 10대 세트장인 상하이 처둔, 셩창, 라오싱 세트장에서 한 달여간 24회차의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하며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현지에서 약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한국과 중국의 스태프 300여명, 보조출연자 400여명이 총동원됐다.

최동훈 감독은 “중국 셩창 세트의 작은 운하 마을에서 임시정부를, 처둔 세트에서는 명치정(명동)의 미츠코시 백화점 외관을 재현했다. 후반부 암살단의 주무대인 백화점 내부 장면은 완성하는 데 7개월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또 제작비와 관련해 “이런 세트가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 실제로 1920년대부터 많은 항일운동이 상하이에서 여러 도시를 거쳐 부산이나 경성에서 들어와서 작전을 수행하는 거였기 때문에 모두 필요했다”며 “예산이 많이 드니까 솔직히 잠을 못잘 만큼 두려웠는데 그 돈을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 로케이션과 의상 등 영화의 생동감을 살리는데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다. 현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CG 기술의 도입은 이러한 제작비 규모를 더욱 키웠다. 그러다보니 사극이나 시대극의 경우 거액의 제작비가 요구된다.

(사진제공=NEW)
(사진제공=NEW)

지난 9월 개봉해 624만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한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대립을 그리는 데만 9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70년대 불모지였던 강남땅을 배경으로 한 ‘강남1970’ 역시 100억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하지만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지난 11월 개봉한 영화 ‘도리화가’는 9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3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260만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8월 개봉한 ‘협녀, 칼의 기억’ 역시 100억원 대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43만명으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현재 박스오피스 1, 2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영화 ‘히말라야’와 ‘대호’ 역시 각각 120억원, 17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 등 세계의 지붕을 표현하기 위해 네팔, 몽블랑 등 현지 로케이션을 감행했고, 8000m 정상에 있는 듯한 CG를 병행해야 했다.

‘대호’ 역시 극의 주인공이 된 지리산 호랑이를 표현하기 위해 CG에 올인했다. 현재 두 작품의 흥행 추이는 극과 극이다. ‘히말라야’는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고, ‘대호’는 23일까지 100만 고지를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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