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경기 둔화, 12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 등 한국 경제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 상황이 18년 전 IMF 외환위기 때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경제 위기설의 실체를 살펴보면 국제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깊은 불신과 맥이 닿아 있다.
세계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 중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잇달아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하면서 이 결과를 믿지 못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IMF 외환위기 직전에도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란을 키웠다.
실제 통계청이 운영하는 e나라지표 사이트에는 무디스가 IMF사태 3개월 전 한국 신용등급을 오히려 올린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 확인한 결과, 이는 실수로 잘못된 자료가 홈페이지에 게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자료는 2013년 이후 수정되지 않았다가 지적이 나오자 23일 현재 업데이트 된 상태다.
결국 신용평가사들이 외환위기 직전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린 사실은 없으며, S&P가 1995년 5월 3일 ‘A+’ 등급에서‘AA-’로 한 단계를 올린 것이 마지막이다.
신용등급 평가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례가 이전에도 수차례 있었다.
S&P, 무디스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한 미국 금융회사들의 위험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에서 2007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문제가 됐지만,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 관련 회사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AA’ 등급을 부여해 위기를 키웠다.
문제가 터진 뒤에야 등급을 떨어뜨려 혼란을 가중시킨 바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음에도 S&P는 오히려 그리스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춰 그리스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외환위기 때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순식간에 떨어뜨리면서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단초가 됐다. 무디스는 1997년 11월 21일 한국이 구제금융을 신청하자 11월 27일부터 한국의 신용도를 불과 10여일 만에 ‘A3’에서 ‘Ba1’으로 4단계나 낮췄다.
피치는 11월 18일 2등급을 강등하고 그해 12월 11일까지 2차례 더 강등시켜 투기등급인‘B-’로 내렸다. S&P의 경우 피치보다 거의 한 달 앞선 10월 24일 ‘A+’로 한 단계 강등시키고 12월 23일까지 세 차례 더 강등시켜 ‘B+’로 떨어뜨렸다.
1997년 초부터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안 외국인들이 원화를 달러로 바꿔가는 등 조짐이 있었지만 사태 직전까지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용평가사들이 몇 달 뒤도 예측하지 못하고, 위기가 닥쳐야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