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새해 첫 거래일인 4일(현지시간) 급락세를 나타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 부진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리스크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진 영향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외교 단절을 선언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 것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날 중국 증시는 큰 하락폭을 연출하다 정규 거래 마감 1시간을 남기고 조기 폐장했다. 이날 중국증시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일대비 6.85% 급락한 3296.66으로 조기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가 장중 7% 급락한 영향이다. CSI300지수는 이날 중국 현지시간으로 1시13분 5%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15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1시34분께 7% 넘게 급락하면서 이날 모든 주식 거래가 중지됐다. 이날부터 처음 발효된 중국 증시 새 규정에 따르면 ±5% 이상의 변동 시 15분간 주식 및 옵션 지수선물 매매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 조치가 내려지고, 지수가 7% 변동할 경우 극단적인 패닉 매도를 막기 위해 남은 거래시간 동안 주식 거래가 모두 중지된다.
이날 오전 터진 중동발 리스크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채로 중국 증시는 출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거래 중단 직전까지 중국 본토에서 거래된 주식 가치는 총 5950억 위안이다. 이는 지난해 평균 정규거래일 규모(1조 위안)에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홍콩 선라이즈브로커의 마이키 시아 트레이더는 “오늘 증시는 매도세를 유지하거나 집에 가는 분위기 였다”면서 “이날 기술적 이슈가 없었던 터라 거래 중단 조치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 역시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82.73엔(3.06%) 하락한 1만8450.98엔으로 1만8500선이 무너진 채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대만 가권지수는 2.68% 떨어진 8114.26에 거래를 마쳤다. 오후 3시40분 현재 홍콩 항생지수는 2.79% 급락한 2만1301.27에 인도 센섹스지수는 1.72% 하락한 2만5907.35에 거래되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모두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중동발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 제조업 지표 부진이 증시에 발목을 잡았다. 전날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교부 장관은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이 48시간 이내 출국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사우디가 전날 셰이크 님르 바르크 알님르 등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이 포함된 47명을 테러 혐의로 처형했다고 발표하자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한 데 따른 조치다. 핵심 산유국인 이란과 사우디의 불화가 고조되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됐다
이날 발표된 작년 12월 중국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2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예상치(48.9)보다 낮고 전월(48.6)보다는 약간 높은 수치다. 이로써 차이신 제조업 PMI는 10개월 연속 경기 확장과 위축의 기준점을 넘지 못했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이보다 앞서 발표된 미국 지표 부진 역시 증시에 부담이 됐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발표된 시카고 제조업지수는 42.9로 하락, 시장 예상 50을 밑돌았다. 12월 4째주 미국 주간 신규 실업 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2만 건 증가한 28.7만 건으로 예상치 27만건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