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측의 매각 시한 연기를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12일 공정위와 삼성측에 따르면, 공정위는 삼성측의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 매각시한의 연기신청을 수용하지 않다는 방침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는 2014년 7월 25일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 9조 2(순환출자의 금지)에 담겨 있다. 다만 합병에 의한 경우는 곧바로 순환출자 금지 위반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유예 또는 적용제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삼성그룹측 매각 시한 내에 지분정리를 완료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일정이 촉박해 유예기간 연장을 공정위에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관련 규정이 없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현재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상 유예기간 연장과 관련된 법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며 "현행법상 삼성측의 매각 시한 연장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삼성측에서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의 유예기간을 요청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현대차그룹의 법 적용 형성평 차원에서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9일 공정위에 지분 처분 유예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인정할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상 사건 처리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앞서 공정위는 현대차에 계열사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현대차가 보유한 합병법인 현대제철 주식 881만주(5일 종가 기준 4339억원)를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삼성그룹도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ㆍ외 기관을 상대로 블록딜(시간 외 주식 대량매매)을 비롯해 국내ㆍ외 전략적 제휴 기업에 매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인수 등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가능성 차원이기 때문에 삼성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정리할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삼성물산 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ㆍ외 여러 곳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시점에서 지분 매각 대상자를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매각 협상 대상자가 좁혀졌을 가능성은 있다"며 지분매각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