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은 IPO를 추진할 경우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상장 이후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진행할 경우 삼성물산처럼 경영권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또한 IPO에 따른 신주 상장으로 신 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지면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회장은 8일 충남 천안의 계성원(연수원)에서 열린 ‘비전(Vision) 2020 출발대회’에 참석해 다양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IPO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2020년까지의 비전을 제시한 자리에서 IPO 방향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당장 IPO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작년 교보생명은 지분 24%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IPO를 약속했다.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의 IPO를 전제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따라서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이 IPO를 진행하지 않으면 주주 간 협약 기간 종료 후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새로운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기고 엑시트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교보생명이 IPO를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주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지난해 7월 상장한 미래에셋생명은 주가가 반 토막 난 상태다. <관련기사 6면>
하지만 업계는 우호지분이 충분치 않다는 신창재 회장의 판단이 IPO를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신창재 회장은 33.78%의 지분을 쥐고 있었다. 가족인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39.45%다. 우호지분이라고 평가받는 수출입은행(5.85%), 우리사주조합(0.99%)을 합치면 46.29%다. 이는 FI 지분 총합과 비슷한 수준이다.
FI의 경우 상장 이후 투자금 회수가 목표이기 때문에 이들의 지분이 이탈하면 경영권은 흔들리게 된다. 게다가 신창재 회장은 신주 상장 시 주식을 인수할 충분한 자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IPO 시 우호지분은 더 내려가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IPO 이후 FI들이 지분을 정리하고 나간다면 삼성물산의 경우처럼 기업 사냥꾼에 의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며 “상장할 경우 향후 후계자에 대한 증여와 상속 시 세금이 더욱 늘어나는 점도 부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