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 제조업체, 보험개발원과 함께 추진한 전기자동차 전용보험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은 다음달부터 오는 6월까지 전기차 보험 상품에 적용할 보험요율 산정을 위해 충돌 시험을 실시한다. 정부가 전기차 확산과 연관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고자 완성차업계, 보험 관계기관과 함께 전용보험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의 첫 걸음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한 이번 협약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기아자동차, 르노삼성, 한국GM, 한국에너지공단이 참여했다.
문제는 보험개발원이 충돌실험에 사용할 수 있는 평가용 전기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신차가 출시되면 상품의 보험요율 산정에 필요한 차량 평가 및 분석을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충돌 실험을 실시한다. 충돌 결과에 따라 차량의 부품 파손 정도, 부품 가격 등에 따라 1~26등급을 매긴다. 등급이 높을수록 보험료는 비싸고, 낮을수록 그 반대가 된다.
이번 전기차 전용 보험개발을 위해서도 기존과 같은 충돌실험을 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충돌실험용으로 확보된 전기차는 르노삼성의 SM3 뿐이다. 기아자동차의 소울과 레이, 한국GM 스파크는 실험용 차량 제공이 미정이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은 오는 6월에 출시돼 실험 일정(3~6월)과 맞지 않는 상황이다.
전기차 충돌 실험의 핵심은 사고 발생 시 차량에 내장된 배터리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1300만~1500만원 정도다. 400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제조업체나 차량마다 고가의 배터리 부품이 내장된 위치가 다른 상황에 실험용 차량이 부족한 것은 보험요율 산출에 허점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책정된 전기차 보험료를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내 전기차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5676대이다.
이에 산업부는 보험요율 산정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외산 전기차도 충돌 실험에 사용하는 방안을 염두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차 사고 해외 사례는 르노그룹, GM그룹에서 자료를 제공받기로 했다”며 “충돌실험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BMW, 닛산과도 충돌 실험 차량 제공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