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실패할 경우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용선료 협상’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구안을 채권단서 요구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관련 업계 및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한진해운 유동성 상황에 따라 ‘용선료 협상’ 카드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7783억 원이다. 오는 3월 1827억원, 4월 2390억 원, 6월 1900억 원, 9월 1414억원, 12월 252억 원 등이다. 올해부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없어졌기 때문에 만기 도래하는 공모사채는 전액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에 등록된 상표권을 한진칼에 양도하고, 자사주 1380만주, 런던 소재 사옥 등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들 자산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2200억 원을 대여하면서 담보로 잡혀 있다.
상황 자금을 자산 매각으로 충당할 계획이나 부족할 경우 대환 등 다른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한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낮은데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8일 한진해운 무보증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등급 감시(Watchlist) 하향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다만 신용등급은 ‘BB+'를 유지했다.
신용등급이 낮은데다 업종 특성상 한진해운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일 한진해운이 발행한 2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무기명식 무보증 사모사채)를 대한항공이 인수한 것도 시장에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처럼 다급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채권단은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선료 협상’은 해운사에게 있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2015년 한진해운의 영업이익은 369억 원, 당기순이익은 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3.74% 증가했고, 흑자전환했다. 현대상선의 영업손실 규모가 커지고, 당기순손실이 적자전환한 것과 비교하면 원가절감 등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부채비율도 2014년 995.15%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687.3%으로, 300% 가까이 떨어뜨렸다. 같은 기간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979.8%, 959.9%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2014년 65.2%에서 지난해 36.85%까지 확 떨어졌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63.47%로, 향후 50% 이상 자본잠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용선료 협상’은 쉽게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유동성 확보하는 것과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결과를 본 뒤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