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겨울의 시작이 늦은 지난해, 눈에 띄는 이상고온 현상과 겨울 가뭄으로 인해 전국의 스키장은 12월을 훌쩍 넘은 후에야 개장했다. 개장 후에도 모든 슬로프가 오픈하기까지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봄·가을이면 등산과 백패킹을 즐기고 겨울이면 스노보드에 푹 빠져 사는 나는 아무래도 날씨의 변화에 민감한 편일 수밖에 없다. 근래 몇 년간 눈에 띄게 나빠진 공기의 질과 포근해진 겨울 날씨로 즐거운 여가생활에 지장을 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들이 계획을 세울 때 대기오염 정보를 먼저 찾아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지속되는 겨울 가뭄과 이어지는 봄 가뭄, 이상고온으로 인한 스콜성 강우(집중호우),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황사와 초미세먼지, 모기의 습격과 신종 바이러스.
하나하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환경적 재앙에 가까운 단어임에도 이제 우리는 ‘초미세먼지’ 같은 단어에서 더 이상 특별한 위협감이나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북극 빙하의 해빙과 기후난민에 대한 대책과 같은 범 지구적 이슈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지금 당장 우리의 생계와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가뭄과 폭우, 공기 질 저하와 같은 환경 이슈들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겨울의 유독스러웠던 눈 가뭄에 나는 여기저기 눈 내린 곳을 찾아 짐을 꾸리기에 바빴다. 어릴 적 학교에서 배웠던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정도의 주제 속 이슈들이 어느덧 현실이 돼 더 이상 ‘미래의 언젠가’로 책임을 미룰 수 없는 직면 과제가 됐음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우리는 나와 내 가족, 친구와 동료를 포함한 모두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 원칙을 세우는 것으로부터 환경에 대한 사과와 복원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