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 주요 병력 철수를 명령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서방권과의 평화회담이 시작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 궁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러시아군의 개입이 원래 있었던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면서 15일부터 시리아에 파견된 주요 병력 철수를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하는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상당 부분을 끝내겠다는 것을 통보했고 둘이 서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리아의 휴전 진행 상황을 모니터하기 위해 시라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공군 기지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철군 규모 및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부터 약 6개월간 테러집단 소탕을 명분으로 시리아 공습을 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으로부터 1만㎢ 영토를 재확보할 수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당초 러시아는 공습 목표가 테러집단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 등 서방국가는 러시아군이 온건 반군들을 폭격함으로써 알아사드 정권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군의 부분 철수에 대해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돌발 철수 결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회담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어떤 변화의 동력이 될지 나로서는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리아 반정부 대표단인 고위협상위원회(HNC)의 살렘 알메슬레트 대변인도 “이런 결정과 그 의미의 성격을 확인해야 한다”며 “러시아 철군 결정은 긍정적이지만, 병력 철수인지 단순히 전투기 숫자만 줄이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사태 때에도 러시아가 서방권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부분 철수 카드를 꺼내 든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이날 유엔 중재 시리아 평화회담이 열렸다. 시리아 내전이 5년간 이어지면 27만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알아사드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회담 당사자들의 견해 차이가 커 협상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