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입니다. 삼성전자 말입니다. 1분기 영업이익(잠정)이 6조6000억원이나 된다고 하네요. 시장 예상치(약 5조6000억원)를 1조원이나 웃도는 성적입니다. 어닝서프라이즈죠.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S7’이 1000만대 넘게 팔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2분기 애플의 ‘아이폰SE’ 공격이 예고돼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에어컨 판매가 늘면서 CE(소비자가전) 실적개선이 기대되니까요.
‘큰 형님’의 선전에 주식 시장도 신이 났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 매도공격에 한동안 풀이 죽었던 코스피에 단비가 될 테니까요. 한국 주식값이 실적 대비 비싸다는 오해(?)도 풀어지겠죠.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가 몰고 올 주식시장 ‘나비효과’를 알아볼까요?
◇삼성전자야~ 코스피를 부탁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시가총액)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합니다. 코스피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죠. 오죽하면 ‘증시 바로미터’ 겠습니까? 연관성이 얼마나 되느냐고요? 2009년 이후 삼성전자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횟수는 8번인데요. 실적발표 후 코스피 움직임을 분석해봤더니 6번이 올랐습니다. 상승 기간은 3주(14거래일)간 이어졌고요. 상승률은 2.7%입니다.
‘큰 형님’이 몸담고 있는 ‘IT파(?)’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7년간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 이후 반도체와 가전업종의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각각 4%포인트, 9.4%포인트 상향 조정됐습니다. EPS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발행주식 수로 나눈 지표입니다. EPS가 높을수록 주식투자 가치가 높다고 보죠.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가 IT 업종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연결돼 반도체ㆍ가전업체들의 주가를 끌어 올린 겁니다.
◇‘삼성전자 is 뭔들’ 펀드시장 훈풍 기대감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는 펀드 시장에도 훈풍을 불어넣습니다. 제로인에 따르면 어제(6일) 기준, 주식형펀드의 삼성전자 편입비중은 11%에 달합니다. 2위 한국전력(2%)과 비교하면 5배가 넘죠. 지난해 세밑부터 이어진 주가 조정으로 편입비중이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톱(Top)’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펀드매니저들이 일단 담고(?) 보는 거죠. 이름에 ‘중소형’ 간판이 달려있어도 삼성전자를 10% 넘게 담고 있는 펀드도 수두룩합니다.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 효과가 본격화되면 삼성그룹주펀드 수익률도 개선되겠죠. IT펀드 역시 수혜를 입겠네요. 코스피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의 선전도 기대됩니다.
◇코스피가 비싸다는 인식은 버려!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 소식에 대형주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주(3월 28일~4월 1일) 코스피에 소속된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분석했더니, 한 주 만에 1조4800억원(4.2%) 상향 조정됐습니다. 오늘(7일)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일주일간 4860억원 상향된 게 큰 영향을 미쳤죠.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면 코스피 고평가 논란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올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와 코스피 괴리율은 9.1%에 달했습니다. 코스피 상승분을 실적 기대감이 못 따라 간 것이죠. 하지만 지난주 그 격차가 3.4%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연일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기업의 주가, 비싼 것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