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국내 건설사들의 기대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최대 40조~50조원의 수주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열었다. 두 대통령은 한국과 이란과의 교역 규모를 현 수준에서 3배로 확대하는 데 합의하는 등 총 66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같은 날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한·이란 정상회담 후 서명식에서 압바스 아쿤디 도로도시개발부 장관을 만나 ‘교통 및 인프라 협력 MOU’를, 하미드 칫지안 에너지부 장관과는 ‘수자원 협력 MOU’를 체결했다.
지난 1월 경제 제재 해제로 다시 열린 이란 시장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넓은 국토를 가진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도로도시개발부가 약 270억달러 규모의 도로·철도 등 인프라 사업 계획을, 에너지부는 약 116억달러 규모의 댐, 수로 등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등 제재기간 동안 낙후된 인프라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이란의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추진이 힘을 받는 이란의 인프라 사업만 해도 이스파한-아와즈 철도 건설사업, 동력분산식(DMU) 철도차량 공급사업, 박티아리 수력발전댐 건설사업 등이다.
이스파한-아와즈 철도 건설사업은 53억달러(약 6조345억원)을 들여 이란 제2의 광역도시권 이스파한과 남서부 중심도시인 아와즈 간 541㎞를 놓는 사업이다. 최근 물동량이 늘어나며 이란 정부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박 대통령의 방문에 어느 때보다 많은 건설사 CEO들이 동행했다. 업계 맏형 격인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을 비롯해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김한기 대림산업 사장,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등이 박 대통령과 동행했다.
이들 역시 이란 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해 발주처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속속 성과를 내놓고 있다.
지난 2일 GS건설은 이란 산업광물통상부 산하 기관인 IDRO(Industrial Development & Renovation Organization of Iran)와 사우스 파스 가스 유전 개발 프로젝트 2건에 대한 협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총 80억달러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스 11, 14단계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양사 협력이 골자로 GS건설은 약 24억달러 가량의 수주 잔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사우스파 12 확장공사(현대엔지니어링·36억 달러), NGL-2300 천연가스 플랜트(대림산업·9억 달러), 잔잔·네이자르·바프 가스복합발전소 사업(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대림에너지 각각 4억∼5억달러 규모)도 추진 중이다. 공항개발·운영협력(인천공항공사), 이스파한 정유시설 개선사업 재개(대림산업), 차바하르∼자헤딘과 미아네즈∼타브리즈 철도사업(현대건설·현대로템), 바흐만 정유시설(현대건설·대우건설)과 관련한 MOU도 체결됐다.
정부도 지원 사격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미 우리 기업들의 수주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약 250억달러의 대규모 금융 패키지를 마련해 지원에 나섰다.
강호인 장관도 대림산업,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등 이란에 현지 법인을 두고 수주 활동을 벌이는 진출 기업과의 간담회를 개최했고 MOU 서명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한 건설기업 CEO들과의 간담회도 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양국 인프라 공기업간 많은 협력 채널이 구축된 만큼 이를 활용해 이란측의 기술 협력 요구에도 적극 대응하며 우리 기업들의 진출 범위를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이란 방문이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금이 부족한 이란 정부가 금융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란에 총 55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아베 일본 총리도 대대적인 신용융자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추가의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목소리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해외 건설시장에서 일본, 유럽, 중국 등의 자금력에 국내 건설사들이 밀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란 방문을 실제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권의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