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가장 눈에 띄게 나빠진 곳은 한화투자증권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247억원 흑자에서 91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와 함께 주요 대형 증권사들을 보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보다 30.5% 줄어든 857억원,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도 작년 1분기의 51.5% 수준인 691억원, 미래에셋증권은 33.1% 내려앉은 483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던 메리츠종금증권의 영업이익도 23.4% 감소한 680억원에 그쳤다.
증권사 1분기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파생상품 운용에 따른 손실이 지목되고 있다. 파생상품 손실의 대부분은 ELS의 운용에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화투자증권은 1분기에만 파생상품에서 1250억원의 운용손실을 입었고, NH투자증권도 194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운용한 파생상품 손실액도 456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이 파생상품 운용에서 큰 손실을 본 것은 홍콩H지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판매가 크게 늘었는데, 기초자산이 하락하면서 역풍을 맞은 것이다. 1분기 수익성 악화 정도가 가장 심각한 한화투자증권은 주진형 전 사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상반기 ELS 규모를 1조9000억원 수준까지 늘린 바 있다.
국내 증시 부진으로 위탁매매 수익이 감소한 것도 증권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증권사로서는 거래량 감소로 수익이 꾸준히 나는 곳이 없다 보니 ELS나 DLS 등과 같이 반짝 수익을 기록하는 곳으로 포트폴리오가 몰린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내 증권사 ELS 잔액은 102조4529억원으로 증권사의 ELS 의존 정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위기감을 느낀 증권사들은 시스템 보강에 나서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월 여승주 대표가 취임한 후 ELS 담당 본부장과 임원을 교체한 데 이어 전반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여의도 사옥 매각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NH투자증권도 자체 헤지 비율을 기존 77% 수준에서 최근 40%대까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