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받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증시는 브렉시트 공포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에 달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까지 밀려났다. 특히 아시아 역내 최대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일본 엔화는 그야말로 초강세를 보였다. 지난 3년간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간신히 끌어내렸던 유로 대비 엔화 가치는 올 들어 10% 상승해 일본은행(BOJ)의 시름은 깊어지게 됐다. 지난 16일 영국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장에는 영국이 EU에 잔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여론조사 결과의 찬반 지지율이 여전히 팽팽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경제는 물론 아시아 수출국 경제에도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가 영국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가 최근 집계한 브렉시트 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브렉시트가 현실로 일어나게 될 경우 아시아 전역의 국내총생산(GDP)이 0.2%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됐다. 이는 브렉시트 현실화로 영국이 세계 최대 단일시장인 EU에서 이탈하면 영국의 수입 활동이 2년 내 25%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특히 홍콩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 GDP에서 대(對) 영국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의 경우 브렉시트 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나 인도 등 GDP에서 대 영국 수출 비중이 1% 미만인 국가의 경우 영국의 수입 감소로 받는 타격은 작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 GDP에서 대 영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0.7% 수준에 그친다. 아시아 최대 경제 경제 규모인 중국도 GDP 대비 대 영국 수출 비중은 0.5%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수출 활동 외에 아시아 증시와 환율 시장이 받는 타격에 주목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진다면 아시아 증시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환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엔화나 금 등 안전자산의 쏠림 현상이 이어진다면 일본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홍콩 베어링자산운용 키엠 두 멀티애셋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 시나리오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브렉시트 우려가 이를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탈그룹의 에릭 델로미에르는 브렉시트가 아시아 지역에 미치는 지정학적 영향과 무역관계 타격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의 무역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특히 중국의 경우 그간 영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주도해왔던 국가라는 이미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