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 벗은 대법관 전관예우] 서기호 전 의원 인터뷰,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 특혜"

입력 2016-06-23 13:58 수정 2016-06-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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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21일 판사 출신 서기호 전 의원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19대 국회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서 전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전관예우금지법을 발의했다. 20대 총선에 불출마한 그는 최근 변호사 개업을 준비 중이다.

"굉장히 긴장됐어요. 압도되는 느낌이 있었죠. 상하관계라는 게 오래가는 거에요." 서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처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대면했던 순간을 되짚었다. 법사위 위원으로 피감기관을 대면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대법관을 상대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과연 전관예우라는 게 존재할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을까. "한 번 부장은 영원한 부장이에요. 한 번 원장님은 영원한 원장님. 괄호 넣고 검사장님도 넣어주세요. 안그러면 또 판사만 가지고 뭐라고 한다고 할테니까(웃음)." 그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2014년 조사한 설문 결과를 꺼냈다. "응답 변호사 중 90%가 전관예우가 있다고 답했어요. 판·검사 출신 변호사 중 67.3%가 '나도 전관예우를 받아본 적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판사들한테 물어보면 요즘엔 없다고들 말해요. 대놓고 하는 전관예우는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암암리에 작용하는 전관예우는 존재하는 거죠."

서 전 의원은 그러면서도 "패소를 승소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관예우가 가능한 것은 재량이 가능한 영역에 한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자백을 해요. 그럼 형량만 문제로 남죠. 집행유예를 줄 것이냐 말 것이냐, 구속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실형이나 구속해야 할 사건에서 풀어줬다고 재량 범위를 넘었다고 하기 어렵죠. 그만큼 전관예우가 작동하기 쉬운 겁니다."

그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경우 사건을 맡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고, 1심과 2심 재판에 대법관이 나서는 것도 재판장에게 묵시적인 위압감을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희망자에 한해 1,2심 재판 업무를 맡겨서 법원에서 다시 근무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개업을 하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내놓은 전관예우 방지책에 대해서는 "늦게라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좀 더 강력한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입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법부가 나설 수 없다'는 대법원 입장을 전하자 "정말 그러냐"고 반문했다. "대법원이 우선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입법권이 없다는 건 핑계죠.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할 때 사실상 청부입법 하지 않았나요. 대법원 권한 강화를 위한 게 아니라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서라면 여론 지지도 받을 겁니다."

서 전 의원은 전관예우라는 말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우'라는 말을 쓰면 일종의 미덕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관예우는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겁니다. 긍정적인 의미의 예우라는 말 대신 특혜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전관특혜' 문제가 꼭 법조계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법없이 살수 있는 선량한 분들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논의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불법으로 이득을 얻는 구조를 개선해야 공정사회라고 느끼지 않을까요. 나도 편법을 쓰자, 원칙 지키면서 살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면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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