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당국이 지진 등 외부요인에 의한 전력계통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신고리 5, 6호기 건설 추진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을)의 주장이다.
13일 박 의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고리지역 지진에 따른 원전 10기가 모두 정지하는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주파수가 58.6Hz까지 떨어져 전체 전력수요의 18%가 자동 차단되는 광역정전 사태를 빚었다.
산업부는 저주파수계전기(UFR, Under Frequency Relay)가 작동돼 고리-신고리 원전 10기의 발전정지량(1만737MW) 만큼인 1만800MW의 부하가 자동 차단되기 때문에 계통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원전 10기 탈락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박 의원은 “주파수가 60.0Hz 밑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라며 “59.0Hz 이하로 떨어지면 전체 수요의 최대 39%까지 차단돼 사실상 대형 정전사태가 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9.15 정전사태 때도 59.0Hz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58.6Hz에서 즉시 운전 상태인 60.0Hz까지 저주파수계전기로 회복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력과 원자력을 책임지는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전력거래소,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까지도 ‘지진 등 외부요인에 의한 밀집된 원전의 전력계통 안전성’에 관해 지금껏 단 한 번도 연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질타했다.
또 “정부는 원전이 블랙아웃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안한 원전 때문에 블랙아웃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다수호기 안전성과 지진 안전성, 그리고 전력계통 안전성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는 즉각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