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서는 ‘불안’이다.
인간이 주도하는 것이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인간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빠르고 그것이 인간의 생활을 바꿔놓는 속도 또한 그렇다. 적응하기도 전에 바뀌어 버리는 세상에 인간이 느끼는 정서가 불안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대 수명도 늘었다.
특히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 나온 단어 ‘제4차 산업혁명’은 혁명적인(?) 불안을 야기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알파고까지 바둑 기사 이세돌을 이겨버렸다.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정하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동시에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도 생각해야 한다.
“로봇과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불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차두원 박사는 “과학기술 발전사를 보면 알파고는 항상 존재했다”고 말한다. 인간의 기능을 대신하는 모든 것이 로봇이고 AI이며,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을 불렀던 방직기계, 증기기관, 자동차, 비행기, 퍼스널컴퓨터, 인터넷 등은 모두 동시대의 알파고였다고 본다. 그 기술들이 자동화 최종 단계로 인간의 기능을 완벽히 대신하는 완전 자동화(Full Automation) 시대에 접어들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항상 유기체처럼 반복돼 온 직업의 출현과 분화 혹은 결합, 소멸의 현상이 기술 발전 속도만큼 짧은 주기로 반복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2011년 국가 로봇 이니셔티브(National Robotics Initiative)를 출범시켰다. 인간의 역량을 확장하거나 강화하면서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업형 로봇의 개발과 활용이 핵심 목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산업경쟁력간담회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사람의 공진화에 의한 산업력 향상 실현’이란 보고서가 발표됐다. 공진화란 이 모든 주체가 각각 최적화하며 진화해 시스템 전체의 품질이 개선되고 발전하는 사이클을 말한다. 인간은 이 시스템을 관리하고 개발하며 발전시키는 주체로 기능한다.
이렇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융합을 넘어 빅뱅, 그리고 이로 인해 경계성이 모호해지기까지 하는 ‘빅뱅 블러(Blur)’의 시대가 왔음을 절감하게 되는데, 정서는 안정쪽으로 옮겨가게 된다. 논리적인 설명과 근거 제시로 인한 것이다.
책을 소화하는 팁 가운데 하나는 다른 정보 처리에도 바쁜 시대에 그럼 뭐가 핵심이냐를 찾는게 아니겠는가. 에필로그에 일부 그 팁이 숨어 있다.
“읽지 않는 책장의 책은 커피잔 받침만 못하고, 활용하지 않은 에버노트의 정보들과 페이스북의 저장된 포스팅은 바탕화면 휴지통 속 파일보다 못하다...(중략)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퍼스널 미디어가 중요하며 SNS는 정보 수집과 저장, 관련 의견을 나누며 재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도구다”
“융합보다 중요한 것은 융화(Harmony)와 변환 능력(Transformation Ability)이다.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융통성 있게 주변 학문, 비즈니스, 네트워크, 무엇보다 사람들과 융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변환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에 하나의 직업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필로그만 읽으면 불안은 다 가시지 않을 것이다. 책의 ‘알고리즘’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