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예상보다 강했던 금리인상 시그널에 한국은행과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좁혀지면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한은이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서기가 어려워졌다. 정부 역시 국고채 50년물 발행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생겼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경기 하방 위험이 높다는 점과 낮은 물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그간 금리정책의 추가 여력이 있다고 말해왔다. 최근 S&P의 우리나라 신용등급 인상도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를 낮췄었다.
하지만 미국이 연내 1~2차례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되면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차는 순식간에 좁혀져 외국인의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한은의 금리인하는 경기부양이 아닌 악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0.25~0.50%)와 우리나라의 금리(1.25%) 격차는 0.75~1.0%포인트 차다. 미국이 연내 1~2회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격차는 0.25~0.75%포인트로 좁혀진다. 여기에 더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할 요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회의 이후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경계감이 높아졌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선진국과 금리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금리 인하 신중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9월 FOMC 결과를 확인하려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앞서 8월 금융통화회의 이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자본유출 우려를 고려해 기축통화보다 금리가 높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의 금리 결정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 입장에서는 50년물 국고채 발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에서는 50년물이 9~10월 중 발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탓에 정부로서는 조금이라도 더 일찍 발행할 유인이 커졌다. 다만, 아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문제는 발행시기를 앞당기는 데 저해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연설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국고채 50년물 발행이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을뿐더러, 절차상 문제로 시기가 앞당겨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재자 역시 “잭슨홀 연설로 국고채 50년물 발행에 변동된 부분은 없다”면서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이고, 의견을 취합해 시점 등을 명확히 공고할 것”이라고 전했다.